일제 강점기 해녀 항일운동 기념한 '구좌로'
내년 유네스코의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 유무를 앞두고 ‘해녀’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해녀와 관련된 영화와 책·음반 등도 잇따라 나오고 있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이와 관련된 캐릭터도 출시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도 자칭 해녀라 부르는 ‘아마’를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지는 해녀와 관련된 도로명주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와 하도리를 잇는 해녀항쟁로는 명예도로이다. 원래 명칭은 ‘구좌로(약 2362m)’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해녀항쟁로’라는 명예도로명이 붙여졌다.

▲불합리한 처사에 제주해녀 일어서다
해녀항쟁은 1931년 12월 일본인 상인에게서 뇌물을 받은 해녀어업조합이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이 캐낸 감태와 전복의 가격을 아주싼값에 매기려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해녀조합 측은 정상적인 매입을 약속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에 하도리 해녀들은 해녀 조합의 태도에 반발해 투쟁에 들어갔다.
하도리 해녀 300여명은 호미와 빗창을 들고, 세화리까지 시위 행렬을 벌였다. 또한 인근 마을에서 모인 해녀들까지 합세, 평대리에 있는 구좌면사무소에 도착하게 됐다. 이에 당시 구좌면장이 요구 조건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자 일단 해산했다.
하지만 구좌면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해녀 조합 측도 지정 판매를 강행하기에 이른다.
하도리 뿐만 아니라 수천명에 이르는 해녀들은 각 마을별로 회의를 열면서 해녀 조합에 반발하기로 했다.
1932년 1월 12일 제주도사 겸 제주도 해녀 어업 조합장으로 부임한 다구치가 구좌읍을 순시하기로 했다.
때마침 이날은 세화리 장날이어서, 구좌읍 하도리와 세화리, 종달리, 성산읍 오조리와 시흥리 등 해녀들은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장날이 되자 해녀들은 호미와 빗창을 휘두르면서 만세를 외치며 세화장으로 향했다.
시위대에 놀란 제주도사 일행은 구좌면 순시를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시위대는 집회를 중단하고 차에 탄 제주도사를 에워싼 뒤, “우리들의 요구에 칼로써 대응하면 우리는 죽음도 불사한다”고 외쳤다.
해녀 측은 지정 판매 반대, 해녀 조합비 면제, 제주도사의 조합장 겸직 반대, 일본 상인 배척 등의 요구 조건을 내걸었고 5일 이내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제주도사로부터 받아냈다.
그 뒤 일제는 무장 경관대를 출동시켜,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항쟁 주동자들과 청년들을 연행했다. 해녀들은 끝까지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해산되면서 항쟁은 끝이 났다. 약 한달여간 진행된 항쟁에는 약 1만7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쟁을 주도한 하도리 출신 해녀 부춘화씨와 김옥련씨는 2003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해녀항쟁은 ‘조천만세운동’ 그리고 ‘무오사 항일운동’과 더불어 제주의 3대 항일운동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수많은 항일 운동 가운데에서도, 해녀항쟁은 여성들이 일으킨 항쟁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근 주요 생산지…문화재도 많아
제주시 구좌읍의 유래
김녕리와 세화리 등 12개 리로 구성된 구좌읍은 제주시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했다. 한라산에서 가장 멀리 뻗어있고, 정삼각형에 가까운 부채꼴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원래 전라남도에 속해 있었던 구좌읍은 1946년 제주도로 포함됐다. 또한 예전에는 연평리가 구좌읍에 편성돼있었는데, 1984년에 제주시 우도면으로 분리됐다고 한다.
현재 구좌읍 내에는 다랑쉬오름, 따라비오름, 칡오름 등 약 40여개의 오름이 분포하고 있다.
주요 농산물은 당근, 고구마, 보리, 콩이고 일부지역에서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구좌읍의 당근은 전국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상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구좌당근은 토질이 부드러운 곳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구좌읍 인구는 지난 5월 기준 1만5018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구좌읍에는 문화재가 많다.
문주란자생지를 비롯해 김녕굴과 만장굴, 비자림지대 등이다. 또한 송당리마을제, 별방진, 행원 환해장성, 한동 환해장성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