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던 A씨는 제주시 노형 뜨란채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주택 구입자금 5000만원과 농지구입비 2억원을 융자받았다. ‘귀농(歸農)·귀촌(歸村) 지원 조례’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제주의 대표적 도심지역인 노형동이 현재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편법(便法)도 있다. 지난해 제주시로 귀농·귀촌한 13명 중 3명은 제주시민이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이도2동에서 구남동과 도남동, 1명은 삼도2동에서 아라1동으로 주소를 옮기는 교묘한 수법을 써 주택 및 농지 구입비를 융자받는 혜택을 누렸다.
이 같은 모순(矛盾)은 2007년 제정된 ‘동(洞)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정에 관한 조례’에 기인한다. 이 조례에 의하면 제주시의 간판 도심인 연동과 노형동 등 제주시 19개 법정동과 동홍동 등 서귀포시 19개 동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로 인해 시(市)의 19개 동지역 주민들이 읍·면으로 이주하더라도 같은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되어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반면에 서울 등 대도시에 살던 사람이 제주시 동지역으로 옮기면 귀농·귀촌으로 간주돼 조례에 의한 지원을 받게 된다. 제주도민들로선 실로 기막힌 역(逆)차별인 셈이다.
제주자치도는 이런 불합리(不合理)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농어촌지역 재조정 지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하지만 용역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올 연말에 가서야 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제주도가 최근 ‘귀농·귀촌인 지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는 것. 개정안의 핵심은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각종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농어촌지역 재지정이 이뤄지기 전에 이 조례(條例)가 통과된다면 기존 19개 동지역 주민들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모르지만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을 놓고 왜 제주도가 이중 행보를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 가지 더 붙인다면 ‘농어촌지역 재조정 문제’ 만큼은 제주·서귀포시나 도공무원들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런데도 이마저 용역을 발주했다 하니 ‘용역공화국=제주’의 진면목(眞面目)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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