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밤 다랑쉬 달맞이축제
10여년 행사 불구 흥행 ‘저조’
문제는 스토리 등 콘텐츠 부재
회의서 축제연출총감독 ‘덤터기’
그래도 이주민서 ‘주민’된 첫 느낌
지역민 미래가치 담는 행사 노력
“재미는 있는데 어딘지, 어설프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맨도롱 또똣’을 다시찾아보기로 시청하던 아내의 한 마디. 드라마지만 현실과 괴리가 보인다는 감상평이다.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타령이 주제이니 제주라는 소재는 소품과 같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제주의 감성을 깊이 있게 다뤄주지 못한 탓이리라.
계절이 어느새 가을로 바뀌었다. 선선해진 기온에 기분도 좋아진다. 가을에 각종 행사와 축제가 몰려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을 준비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일정이 분주해 지고 있다.
제주 전역에 걸쳐 많은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우리 고장’ 구좌에도 행사가 있다. 10월에 ‘해녀축제’가 있고 그보다 앞서 ‘다랑쉬 달맞이 축제’가 9월 29일에 개최된다. 제주 동북지역의 랜드마크라 할 다랑쉬오름은 4·3의 슬픈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달랑쉬(달이 쉬었다)’라는 매우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은 거의 원형으로 해발 227m에 밑지름이 1013m, 전체둘레는 3391m나 되는 큰 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은 주변의 아끈다랑쉬오름·용눈이오름·돝오름 사이에서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호가 있을 정도로 단아한 모습이 발군이다.
이런 곳에서 한가위가 되면 인근 세화리 6개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달맞이축제를 열고 있다. 그런데 10여년 이어져왔음에도 축제로 자리매김 제대로 못하고 개최될 때마다 힘겨웠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이주민으로 몇 년을 살았지만 축제가 있었던 것조차 몰랐다.
얼마 전 청년회에서 있었던 축제기획회의에 불려나가 함께 고민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주민임을 실감한 것은 이날이 처음인 것 같았다. 달맞이축제를 놓고 회의를 하면서 몇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왜 홍보가 부족했으며 주민들의 참여가 적었던 것일까?
이유는 다름 아닌 콘텐츠의 부재였다. 축제라고 해봤자 동네주민들의 노래자랑과 술과 음식을 나눠 먹는 정도였다. 달맞이축제는 다랑쉬오름이 갖는 지역적 존재감에 부합되는 탁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스토리텔링, 즉 전승된 설화든 민간 만담이든 축제 전체를 구성해 줄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못한 탓으로 무미건조하게 종결되곤 했던 것이다. 실상이 이러니 축제 후 남는 감성적 여운도 없이 허탈하게 행사를 결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히트하는 수많은 이야기속의 주인공들과 캐릭터들은 현대산업사회에서 막대한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사례는 이미 상식이다. 모두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마케팅에 빠짐없이 활용한 결과다.
요즘은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시대다. 달맞이축제도 많은 스토리가 필요하지 않는다. 단 1개면 충분하다. 그리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열과 성의를 다해 의견을 개진했고 아이디어를 더했다. 결국 축제 연출총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뒤집어썼다.
그리곤 기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려고 세화리 역대 청년회장들이 자리한 회의석상에서 몇 가지를 요청 혹은 공표했다. 첫째, 지역민들이 알고 있는 전승설화를 녹취해 줄 것, 둘째 지역민 모든 계층과 연령이 참여가능한 행사로 기획할 것이니 해당인물을 섭외해 줄 것과 셋째 지역민의 미래가치를 창조하는 염원의 행사가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옛 민담에서 시작된 스토리텔링은 현대적 해석과 지향성에 따라 미래적 콘텐츠로 연출이 가능하다. 기왕에 돈을 들일 바에는 안에서 되새기고 밖으로 알리기만 할 것이 아니고 미래를 꿈꾸는 행사가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미래가치를 갖는데 있어 스토리텔링에 의 한 감동은 불멸의 캐릭터로 탄생, 산업사회의 콘텐츠로, 수익모델로 기능하고 세화리 6개 마을사람 모두는 긍지로서 보유하게 될 것이다. 후텁지근한여름이 끝나갈 무렵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지만 지역주민과 호흡하던 하루 저녁만큼은 진정한 이웃을, 나눔을 생각했던 내 삶의 여정이 한결 좋아지고 있다. 구좌가 ‘맨도롱 또똣’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