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생태계의 첨병’ 바다와 접하는 곳에 서식
‘해안 생태계의 첨병’ 바다와 접하는 곳에 서식
  • 제주매일
  • 승인 20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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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17>노랑 무궁화 황근(黃槿)
▲ 황근자생지 표선.

나라꽃 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 syriacus L' 이다. 학명대로만 본다면 무궁화는 시리아지방이 원산지가 되는 것이다. 물론 무궁화의 원산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으며,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주요 산지로 보는 견해도 많다.
한번 만들어진 학명은 그 규약에 따라 선취권이 인정되어 수정이 불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최근 학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식물의 영명에 대한 주권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누리집을 보면 소나무, 왕벚나무 등 분명 한반도가 주요 원산지인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바로잡고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황근 꽃.

■퇴적물이나 해안가 바위틈에 자생

제주도의 해안지대라고 하면 늘 거친 현무암질의 용암이 펼쳐진 해안을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 다녀보면 방위별도 나름 차이를 보인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남쪽해안은 주로 주상절리 같은 높은 절벽으로 된 해안선이 인상적이며, 북쪽해안은 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지거나 만처럼 생긴 해안선과 해안사구들 다수 분포하고 있어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동쪽과 서쪽으로는 해저에서 분화한 용암류들이 만들어 놓은 일출봉, 수월봉 등 응회암이 솟아있는 해안도 있어 더욱 차별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래서 남쪽해안으로는 주로 절벽을 형성하거나 폭포 등으로 인해 제주도를 상징할 정도의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식물이나 야생조수에 의해 전파될 수 있는 식물들이 초기에 정착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특징이 있다. 반면 제주도의 북쪽과 동쪽 및 서쪽해안은 경사가 완만한 편으로 조간대가 넓게 펼쳐지기도 하고 해안사구나 습지 등이  형성되어 보다 다양한 환경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남쪽해안과 북쪽해안에 자라는 식물이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월령리의 선인장자생지나 하도리 토끼섬의 문주란 자생지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 황근 열매.

이런 제주도의 해안 중 주로 만형태의 지형이나 조간대가 긴 지형에는 나라꽃 무궁화를 닮은 황근(黃槿)이라는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황근은 제주도의 서쪽에서부터 동쪽까지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주로 퇴적물이 쌓이는 곳이나 해안가의 바위틈을 따라 자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조간대(潮間帶, 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의 규모가 넓은 경우에는 대규모의 군락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남쪽해안에도 이런 지형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생지가 분포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야생식물로 관리

황근은 무궁화와 마찬가지로 아욱과(科)의 식물이다. 이 무궁화속(屬)에는 전 세계에 약 20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무궁화(H. syriacus), 황근(H. hamabo)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 외로 유사하게 생긴 부용이나 온실 등에 많이 심는 하와이무궁화 등이 관상용도로 심어져 있다.

황근의 국내 분포를 보면 제주도의 해안과 전라남도 해안 도서지역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 분포가 도서 및 해안지역으로 한정되고 개체수가 적어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국외분포를 보면, 일본 혼슈 남부, 오키나와 그리고 중국의 남부 해안가 일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1841년 최초의 발견되어 신종으로 보고된 곳도 일본이다.

이러한 황근의 동아시아지역 분포는 황근의 종자에서 그 증거를 일부분 확인할 수 있다. 황근의 종자는 염분에 강할 뿐만 아니라 물에 뜨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떠돌아다니다 육지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자생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적화된 특징이 있다.

 

▲ 황근자생지 김녕.

■日 쿠로시오 해류따라 한반도로 이동

아무래도 제주도보다 낮은 위도에서부터 한반도 남해안 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볼 때,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식물 중에는 갯대추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식물 역시 황근과 자생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으며 멸종위기야생식물이 보호되고 있다.

황근은 높이 1 -5 m정도로 자라는 낙엽성 관목류로 구분하지만, 둥글고 풍성하게보이는 수관을 가지고 있어 관목 이상의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아무래도 가혹한 환경에 내몰린 자생지 보다는 공원이나 도심속에 인공적으로 식재된 경우 왕성한 생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황근은 꽃은 이름 그대로 노란색으로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해 여름 내내 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명 노랑무궁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꽃봉오리는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달리며 아랫부분부터 순서대로 위로 올라가면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으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일일화(一日花)로 소개되기도 한다.

자생수종 중에는 황근처럼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가 많지 않으며, 특히 해풍에 잘 견디는 수종도 드물다. 그래서 남부지방에서는 정원수나 조경수로 활용돼 왔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질긴 줄기껍질로 밧줄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 제주지역에서도 다정큼나무나 털머위 등과 더불어 해안지역이 원산인 조경수로 지금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수종 중 하나이다.

어쩌면 황근이나 갯대추가 자라는 지역이나 습성을 보면 제주도의 맹그로브같은 존재로 볼 수 도 있다. 거친 해안에 바다와 접하는 곳에 자라 해안 생태계의 첨병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근은 해안지역의 지킴이와 같은 나무로 불러도 충분할 것이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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