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관련법을 어겨 직무를 집행하면 징계 처분을 받는다. 이와 병행해 해당 직원의 소속 부서에는 기관경고가 내려지기도 한다. 부적절한 업무 행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기관경고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근무했던 직원들이 퇴직하거나 인사이동으로 부서를 옮긴 상황에서 기관경고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최근 제주도 친환경농정과의 영농조합 보조금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 친환경농정과는 2013년 3~12월까지 소규모 농산물 생산유통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영농조합법인 등에 대한 보조금 교부 및 정산을 관련 규정에 위배해 ‘주먹구구’식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이에 업무담당 직원에 대한 신분상 처분과 함께 해당 부서에 기관경고 처분을 도에 요구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지난 19일자로 친환경농정과에 기관경고 처분을 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 담담과장 등은 지난해 퇴직했고, 직원들도 대다수 부서를 옮긴 상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직원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 기관경고 처분이 내려지면서 부서 직원들은 연말 표창과 모범공무원 해외연수, 부서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한 직원들이 재수 없이 덤터기를 쓰게 됐다.
행정행위 시점에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기관경고는 실효성이 없고, 현재의 직원들의 명예 실추와 업무 수행 위축 등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기관경고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감사위가 요구하니까 실행한다는 것은 너무 경직된 행정행위다. 기관경고가 의미 없게 됐으면 감사위에 그 사유를 소명(疏明)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합리성을 잃은 기관경고는 제도의 권위만 약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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