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無花果)나무.
글자 그대로 꽃이 피지 않는 과실이라고 불리지만 꽃은 과실 안에서 핀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알칼리성 과일로 단위 결실을 하므로 수분이 필요 없다. 과실은 말려서 먹기도 하지만 주로 생식을 한다. 하지만 저장 기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지중해 연안과 아시아 서부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졌고 아열대성의 낙엽활엽과수로서 재배가 비교적 쉬운 작물로 분류된다. 전라남도와 제주도,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40년 베테랑 농군의 도전 ‘무화과 재배 2년’
아담과 이브가 사랑한 태초의 과일. 제주 화산 해수로 재배한 무화과를 안정적인 소득 창출로 이끌려는 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서 무화과를 재배하는 현태균(64) 팔팔농장 대표.
현 대표는 40년 넘게 농사만 지은 베테랑이다.
현재는 아내 송순심(57)씨와 함께 당근과 감자, 무, 한라봉 등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한라봉 재배의 경우 19년 전부터 시작해 지역 최초 재배 농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예로부터 70살 된 노인을 보기가 힘들어 환갑(만 60세)만 살아도 큰 경사로 여겨 ‘환갑잔치’를 열 나이에 생소한 작물 재배를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일출봉무화과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는 현 대표는 “고령화 시대에 제2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며 “일출봉무화과연구회를 만들어서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실질적인 무화과 재배는 이제 2년 차”라고 말했다.
특히 현 대표는 “딸기가 겨울철에 감귤을 제치고 제주를 점령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제주 농업이 변해야 한다”며 “감귤 타격이 엄청난 상황이다. 우리도 이제 제주도에 가능한 농업을 발전시켜서 소득 작물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대표가 소득 작물인 한라봉 하우스에서 한라봉 나무를 베어내 생소한 무화과나무를 심기까지 그렇게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아내 송씨는 “처음에 남편이 무화과를 재배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했다”며 “남편은 도전을 좋아하지만 저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자꾸 도전하니 불안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송씨는 “지금 재배하는 한라봉 등 현재에 만족하면서 지내자고 했지만 남편이 무화과를 재배하기 위해 공부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차마 끝까지 반대하지 못했다”며 “남편이 도전하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답답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 대표는 “무화과가 여름철 대표 과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앞으로 2~3년만 공부하고 고생하면 희망의 농업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1700평 조수입 3500만원 예상
1700평의 하우스에서 무화과를 2년째 재배하고 있는 현 대표는 올해 조수입 35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현 대표는 3년 전에 묘목을 들여와서 가식했다. 그리고 1년 후에 하우스에 옮겨 심었다.
현 대표는 “무화과나무가 조금씩 크자 지난해 처음으로 500만원 정도 소득을 봤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소득이 날 것으로 보지만 성목이 되려면 아직 2년이 남아 있어 평당 3㎏ 정도 수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 대표는 “무화과는 특이한 것이 수확 초창기인 7월에는 1만원선, 8~9월에 7000원~8000원선, 11월 이후가 되면 다시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오랜 기간 저장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수량이 부족하면 가격도 들쑥날쑥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성목이 될 경우 평당 10㎏ 이상의 수확이 기대되고 있어 현재 무화과 ㎏당 7000원~8000원 선으로 거래되는 만큼 소득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작정 무화과 재배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했다.
무화과 1개의 경우 80g에서 120g 정도로 평균 100g 내외다. 나이 많은 이들도 손쉽게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 대표는 “퇴직한 사람들이 하기에 딱 알맞아 보이지만 무화과는 햇빛이 비치면 꽃이 핀다. 그러면 당도가 떨어져 맛이 없다”며 “야간 등반할 때 사용하는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일출 전에 농장으로 와서 매일 수확에 나서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무화과 소득 작물 예상…농협 계통 출하
현 대표의 무화과 재배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출신인 그는 전라남도 영암으로 견학을 떠났다.
무화과나무가 500㏊ 이상 재배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후나 모든 면이 제주지역에 적절한 과수나무로 무화과나무인 것을 확인, 앞으로 소득 작물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때부터 무화과 재배를 꿈꿨다.
그러다가 일본에도 견학을 갔다. 감귤 주산지인 그곳에서 감귤 산업이 내림세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소득 과일 순위에서 망고 다음으로 무화과가 좋은 평을 얻고 있었다.
현 대표는 “제주 지역에 생소한 무화과나무였지만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제주지역에 적당한 과수나무라고 생각했다”며 “낮에 온도가 충분하고 밤에 얼지 않을 정도만 보조 가온을 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무화과의 저장 기간이 3일~5일로 다른 과일에 비해 매우 짧았다.
이 때문에 일본 판매 시스템을 살펴보다가 성산일출봉농협에 도움을 청했다.
이를 통해 농어민이 협동조합 계통조직을 통해 생산한 농수산물을 출하·판매하는 계통출하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래서 일출봉무화과연구회가 ‘제주 일출봉 무화과 유통 영농조합법인’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즉, 생산한 무화과는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성산일출봉농협으로 출하하면 농협에서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유통과정을 거친다.
현 대표는 “현재 수확량이 미미해 판로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성목이 되거나 재배 농가가 많아지면 혼란이 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 대표는 “지역에서 무화과를 재배한다는 것에 대해 입소문이 퍼지자 농장으로 찾아와 무화과를 사 가기도 한다”며 “특히 무화과가 변비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농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 중 80~90%가 변비를 앓고 있는 여성”이라고 자랑(?)했다.
▲60대 아름다운 도전, 그리고 가족사랑
아내 송씨는 “올해 처음으로 수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령이 없어 매우 힘들다”며 “날씨도 무더운데 하우스 안에서 몸을 움직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화과는 수확 적기에 수확해야지 하루라도 늦으면 금방 물러져 수확할 수 없게 된다”고 고된 농사 도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현 대표는 “제가 고집이 세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꼭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이런 성격 때문에 아내에게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매우 미안하고 딸들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휴일에 무조건 농장일 도우라고 스파르타식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 대표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무화과나무는 희망의 나무”라며 “영암 지역 무화과 농장에도 매년 3~4차례 견학을 가면서 현재 문제점으로 나온 순 억제 방법 등의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숙제만 풀면 농사가 술술 풀린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