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너무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이 너무 고맙습니다
  • 변○ ○
  • 승인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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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그날은 나에게 희망과 아픔이 함께 기억되는 날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헤어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 몸부림치다 희망을 품고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압록강을 건넜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북에서 계모의 구박(폭력)과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까지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을 딸이 항상 걱정이었고 마침 언니와 연락이 닿아 2013년 10월에 내 딸(승주, 가명)의 탈북을 도울 수 있었다.

그 후 승주와 함께 2014년 6월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북한에서의 힘들었던 생활들을 가슴에 묻고 새로운 세상에서 굶주림 없이 사랑하는 내 딸 승주와 잘살아보겠다는 의지로 남한생활에 적응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승주가 한국에서 학교공부를 하기 위해 또래 보다 한 살 많은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 3월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승주의 내성적인 성격도 있었지만 남북한 언어(억양)의 차이로 학교수업을 어려워하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승주를 보니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국사회방송에서 나오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같은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남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가야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북에서 왔다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도 봤기에 이런 상황을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 때 나를 신변보호 담당하는 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4대악 중 학교폭력 척결과 관련하여 승주의 학교생활이 걱정된다며 학교폭력 예방방법과 발생 시 신고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승주 담임선생님을 함께 만나 면담을 하면서 승주와 내가 힘들어 하는 일들을 자세하게 전달해주고 승주의 진로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들을 찾아오셔서 함께 의논해 주셨다.

결국 모두의 의견을 모아 승주는 5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겨레중학교로 전학을 했다. 한겨레중학교는 대한민국의 지원을 받아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을 교육시키는 특성화 중학교로 일반학교와 똑같은 정규과정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승주는 같은 또래 탈북민 학생들과 어울리며 학업,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 승주와 떨어져서 지내서  보고 싶고 걱정이 되긴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고, 지금은 방학 중이라 같이 지낼 수 있어 행복하다

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에도 수시로 안부전화를 주고받고 어려운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고 있다. 남한에서 일 년 남짓 생활하면서 이러한 고마운 분들을 만나게   되니 더욱 한국사회에 애착이 생겨가는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탈북민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선입견 없이 같은 민족이라는 마음으로 대해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두려움 없이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 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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