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하얀 도화지 위에 연필로 포도를 그렸다. 파란색 크레용으로 포도알을 칠했다. 그 위에 보라색, 다시 파란색 크레용으로 덧칠했다. 이후 긁개를 이용해 긁어내니 실제 포도알과 비슷한 색깔이 나왔다.
이렇게 한송이 한송이 정성 들여 만든 뒤 줄기까지 칠하자 도화지 속에 맛있어 보이는 ‘포도’가 완성됐다.
지난 1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센터장 양술생) 4층 강의실에서는 주부 10여명이 크레용화작업에 한창이었다.
크레용화 동호회(회장 김양순) 회원들이다. 크레용화 동호회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연 2회 개설하는 ‘문화강좌-크레용화’를 이수한 이들로 구성됐다.
이날 회원들은 양영심 강사의 도움 아래 ‘자신의 마음 속 이미지’를 그렸다. 강의가 시작되자 과일, 꽃, 나무, 동물 등 다양한 밑그림이 나왔다.
김양순(52·여) 씨는 청록색 나무를 표현했다.

김 씨는 “크레용은 단색인 것 같지만 기법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며 “청록색 이지만, 긁어내면 새로운 색이 나오고, 이 위에 다른 색을 중첩하면 또 다른 느낌의 색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크레용화의 기법은 크게 ‘중첩’과 ‘스크래치’ 두가지로 나뉜다. 여러 가지 색을 겹치게 표현하는 것이 ‘중첩’이고, 이 중첩된 색을 긁어내 자기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스크래치’다.
이 때문에 유아용 크레용으로도 다양한 색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크레용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누구나 사용하기 쉬워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크레용화를 심리치료의 하나로 활용하기도 한다.
문소삼(60·여)씨는 이날 ‘노을 진 하늘 아래 단풍나무’를 그렸다. 연필로 간단한 나무줄기만 그린 뒤, 크레용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문씨는 “나의 마음 속 강렬함을 노을빛으로 표현했다”며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안정감을 느낀다. 크레용화 덕분에 마음 건강이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크레용화를 접한지 3개월이 됐다. 그동안 취미생활로 다양한 미술활동을 했는데, 크레용화가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며 “지금의 작품을 예전 그린 것과 비교해 볼 때 날로 발전해 가는 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크레용화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 된다고 한다. 다양한 색감을 표현 하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손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뇌를 자극시키는데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쌍희(70·여)씨는 “나이가 드니 치매가 걱정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았고 지난 6월 크레용화를 알게 됐다”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림 그리기가 일상이 됐다. 앞으로 꾸준히 해서 주변 노인들에게도 크레용화를 전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자신이 그린 코스모스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재료 관계없이 자유로운 그림 그릴 수 있어”
▲크레용화의 매력은
크레용 한 세트만 있으면 되니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흔히 초등학생만 이용하는 도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크레용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또, 크레용은 유분성 미술도구로, 재료·재질 구분 없이 어떤 밑바탕에도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동호회는 어떻게 구성되나
지난해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문화강좌로 개설되고 있다. 매 기수마다 20여명의 수강생들이 신청하는데, 그들 대부분 동호회에 가입한다. 현재 회원은 약 40여명이다.
수강비는 매월 1만5000원으로 전문 화실에서 수십만원의 강의료를 내는 것보다 저렴하다.
특히 매 강의 종료 때 마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동안 만들었던 다양한 작품들을 도민들에게 선보인다.
▲봉사활동도 진행한다던데
크레용화 동호회는 분기별로 치매 노인 시설을 찾아 ‘크레용화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치매 노인들은 딱딱한 수업 형식의 치매 치료 보다 크레용화 같은 부드럽고 활동적인 ‘놀이’를 선호한다.
옆에서 같이 그림을 그려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힐링’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