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떠나게 하는 축산악취
이주민 떠나게 하는 축산악취
  • 유창수
  • 승인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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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림읍 주민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주민이었다. 그는 20여년 전 제주도에 관광차 왔다가 산 바다 등 환경이 너무 아름답고 깨끗해 언젠가는 제주에 와서 살겠다는 꿈을 꿨다. 드디어 5년 전 한림읍에 자그마한 집 한 채를 마련하여 살게 됐다. 하지만 당초의 꿈은 절망으로 바뀌어 이제는 제주를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전화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중후하면서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제주는 돼지가 사는 지역이지 사람이 사는 지역이 아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서 무한한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가축분뇨 냄새로 수많은 민원인과 대화를 했지만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도내에는 축산악취로 상시 고통 받는 지역이 많다. 악취가 심하게 발생 할 때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뒤집혀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봄과 가을은 물론 여름철에도 창문을 닫고 살면서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도 없다고 호소한다. ‘청정’ 제주가 일부 마을 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이 돼버린 것이다.

제주시 녹색환경과에서는 올해 들어 관련 단속을 강화한 결과 총 61건을 적발해 허가취소 및 고발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 이는 지난해(42건) 단속건수를 초과한 수치다.

단속만으로는 축산악취 저감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단속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축산정책의 혁신적인 변화와 특히 양돈농가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건 요원한 일이라는 판단이다.

축산업을 돈벌이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가축 사육환경 개선, 퇴비·액비관리기준 준수 등을 통해 명품축산·명품돼지를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축종별 관리기준에 맞지 않게 사육시설을 관리하는 축산농가는 페널티와 함께 과감하게 사업장 폐쇄도 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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