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1,000기 시대
해병대 1,000기 시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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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 이 달에 ‘현충일’이 있고 ‘6.25’가 있다. 물론 현충일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이요, 6.25는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민족상잔의 싸움이 일어 난 달에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기념일’도 들어 있다. 여기에 기념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해병대 1,000기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1949년 4월 15일, 해상과 육상에서 자유자재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상륙군 양성을 목적으로 창설된 해병대. 그 해병대가 어제(21일) 포항교육훈련단에서 1,000기 해병대원 입소식을 가졌다. 바야흐로 해병대 1,000기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천(千)이라는 숫자는 천고(千古) · 천추(千秋)와 같이 영구한 세월, 오래고 긴 시간을 의미한다. 실로 해병대 출범 56년만의 경사이다.

초창기 해병대는 병력을 해군에서 차출하여 충원하였다. 해군 신병 13 ?4기가 해병대 1기와 2기생이 된다. 6.25가 발발하자 제주도에서 해병대를 모집하는데 이때 자원한 젊은이들이 해병대 3?기이다. 3기는 1950년 8월 5일에, 4기는 8월 30일에 각각 입대하였다. 따라서 이들 3 ?기가 사실상 순수 해병대 1?기생이 되는 셈이다. 이들 지원병들은 9월 1일 제주항(산지포)에서 전선으로 출병한다. 그래서 이날을 ‘제주 해병대의 날’로 정하고 있다. 제주도를 ‘해병대 제2의 발상지’라고 하는 것은 이처럼 인연이 많기 까닭이다. 그러므로  제주 사람으로서 ‘해병대 1,000기’라는 기념비적인 대사(大事)를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제주 출신 해병들은 정말로 잘 싸웠다. 제주인 특유의 강인함과 순박함으로 임전무퇴의 용맹을 떨쳤다. 통영겴光돐着珦邦活?위시하여 9.28서울 탈환과 도솔산 전투 등에서 전사에 길이 빛날 혁혁한 전공을 세움으로써 ‘귀신 잡는 해병’ ‘무적 해병’ 등의 칭송을 받는다. 이러한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베트남전에서도 세계적 강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예비역 해병들에게 “왜 제대를 한 후에도 해병대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야단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게 “해병대이니까”이다. 어찌 보면 맹목적인 생각이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이것이 타군과 비교될 수 없는 해병대만의 긍지이자 생명력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병대는 피와 땀을 상징하는 정열적인 빨간 명찰, 팔계(八戒) 팔극(八極)을 뜻하는 8각모, 상륙 돌격형의 두발(頭髮) 등 뭔가 달라도 다른 독특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해병대를 나타내는 표어도 다양하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에서부터 ‘귀신잡는 해병’‘신화를 남긴 해병’‘돌아오지 않은 해병’‘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전천후 해병’ 에 이르기 까지 믿음직스러운 용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자부심에 찬 구호도 있다.
하지만 해병대라고 해서 영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의 최강부대로서 찬란한 영광을 조국에 바치고 있는가 하면, 해병대 사령부의 폐쇄라는 아픔도 겪은 바 있다. 지금은 사령부가 부활되기는 하였으나, 종전의 대장이 아닌 중장이 사령관을 맡고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해병대는 제주 출신 선배 해병들의 불굴의 투지와 희생으로 이룩한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인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해병대가 1,000기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비단 해병가족만이 아니라, 전 도민겴?국민이 격려하고 경하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해병대여 영원 하라.        

이 용 길<제주산업정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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