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모 슬하 고교 2년 김가람 양
재능 불구 가정 형편 꿈 못키워
장래 희망은 ‘출판사 편집장’
멘토의 대명사 ‘키다리 아저씨’
나눔문화·건강한 사회 견인차
독자 및 도민들 적극 후원 기대
‘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여류작가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대표적 소설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천진난만한 소녀인 ‘주디’는 시골 고아원에서 가난한 삶을 영위하며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디의 꿈과 미래를 지원하겠다는 익명(匿名)의 후원자가 나타난다.
주디는 후원자의 얼굴도, 이름도 몰랐다. 다만 그의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서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게 된다. 주디는 그의 도움으로 학업을 무사히 마쳤고 자신이 원하던 꿈도 결국 이뤘다. 이후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멘토)를 일컫는 대명사(代名詞)가 됐다.
제주지역만 하더라도 ‘주디’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청소년)이 예상 외로 많다. 이들 또한 어려운 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경우가 허다하다. 김가람(가명)양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 양의 장래 희망은 ‘출판사 편집장’이다. 그러나 생활이 녹록지 않다. 김 양은 현재 아픈 엄마와 단 둘이 제주시내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엄마는 가람 양을 임신했을 때 남편과 헤어지고 갖은 고생을 하며 생계(生計)를 꾸렸다. 설상가상으로 가람 양을 낳고 나서야 희귀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바로 루푸스(전신 홍반성 낭창) 병(病)이었다.
루푸스(Lupus)는 라틴어로 ‘늑대’란 뜻. 피부가 늑대에게 물린 모양처럼 붉어지게 된다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류마티스 질환으로 흔히 근육과 관절 뿐만 아니라 피부와 신경조직, 폐와 신장 및 심장 등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무서운 병이다.
생활고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간간히 일을 했지만 신장기능까지 나빠진 10년 전부터는 전혀 일을 못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모녀의 한 달 수입은 정부 및 민간 후원금 55만원이 전부다.
그래도 가람 양은 늘 씩씩하고 용감하다. 때로 마음이 울적하거나 속상할 때엔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하얀 종이 위에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다 보면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특별히 배워본 적은 없지만 재능(才能)이 있어서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상도 많이 받았다. 고교 2학년인 올해만도 벌써 네 개 째다, 더욱이 지난 4월에는 제주도 기능경기대회에서 컴퓨터그래픽 부문 1등을 했다. 학생과 일반인이 함께 겨룬 대회였다고 한다.
현재 가람 양의 꿈은 출판사 편집장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희망을 갖고 산다. 그 속에는 가람 양이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들도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하고 졸업 후 육지로 나가 출판사에서 경험을 쌓을 꿈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 냉엄한 현실이 가람 양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이다.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 특기적성 개발은 고사하고 한 달 5만원의 임대아파트 비용조차 벅차다.
이처럼 지금 우리 주변엔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경우가 많다. 어쩌면 빈부 격차 등 양극화(兩極化)가 낳은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은 우리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이 큰 꿈을 갖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제주매일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와 손잡고 ‘키다리 아저씨’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런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勇氣),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한 취지의 발로다. 그리고 김가람 양은 그 첫 번째 사례다.
키다리 아저씨 캠페인은 ‘나눔문화’의 확산과 궤(軌)를 같이 한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는 지향도 함께 담겨 있다. 후원자가 될 여러분은 불우한 처지에 놓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더 큰 세상’일 수도 있다. 특별한 동행(同行)인 ‘키다리 아저씨’ 캠페인에 독자 및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리는 이유다.
“생각하면 모든 게 희미하지만 저는 꼭 제 꿈을 이루고 싶어요.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그리고 저도 행복하고 싶어요!” 김가람 학생의 아주 소박한 희망(希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