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잘되려면 학교 CEO부터 변해야 한다
교육도 잘되려면 학교 CEO부터 변해야 한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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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미디어제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3>시대변화를 주도하는 공모 교장

기획을 하며 찾은 곳 가운데 혁신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기자가 발로 누빈 학교는 공교육 변화의 가능성을 준 곳이고, 그들 학교에서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모두 교육 본연의 활동이 이뤄지는 현장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학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학교의 운영자가 공모를 통해 들어온 교장이라는 점이었다.

▲세계 각국 공모교장 ‘확산’

승진을 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과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 경영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경영을 하는 이들에게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통해 혁신적인 미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데 교육 수요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임용되거나 순환방식으로 전보되는 교장들은 이러한 점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더러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자로서의 자질보다, 점수를 잘 딴 이들이 교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한계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게 공모교장이다.

세계 주요 나라들도 공모교장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교직 경력이 있는 교원 가운데 학교행정직에 관심을 가진 교원들이 학교구에서 교육행정 경력을 쌓거나 필요한 교육여건을 갖추면 학교장에 지원할 수 있다. 비교적 젊은 교원도 학교장이 된다.

영국은 학교장에 대한 평가를 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학교장 업무평가는 교장의 연봉이나 재계약 여부와도 연계가 돼 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도 교장 문턱이 매우 낮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5년 이상(유형에 따라 교직경력은 다소 차이가 남) 관련 직에 근무를 하면 교장에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더욱이 교장자격증이 없는 민간인도 교장이 될 수 있다. 일본의 2005년 자료엔 41개 도·도·부·현 103개 학교의 교장이 민간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교장공모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02년 대선 때부터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를 제시하면서 불을 지폈다. 정부는 2005년엔 ‘교장초빙·공모제 시범운영 추진계획’을 내놓았고, 2007년부터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교장공모제에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내부형과 개방형, 초빙형이 있다. 내부형은 교장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자율학교나 자율형 공립고에 도전할 수 있다.

개방형은 교장자격증이 있거나 해당학교 교육과정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된다. 특성화, 특목고, 예체능계 고교에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초빙형은 일반학교를 대상으로 한 경우이며, 교장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 제주 세화고등학교 김종식 교장(왼쪽부터),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 최영식 교장, 경기도 시흥시 장곡중학교 정용택 교장.

▲평교사 출신 ‘내부형’ 통해 교장 입성

이들 3가지 유형 가운데 이슈가 되는 경우는 내부형이다. 내부형은 평교사로서 교장에 도전한다. 실제 기자가 찾은 경기도 지역의 혁신학교에서는 평교사 출신들이 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주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다혼디 배움학교’의 교장 상당수가 평교사들이다.

평교사 출신 내부형 공모교장은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앞서 기자가 방문했던 조현초등학교 교장실은 컨테이너 박스였다. “왜 컨테이너 박스에서 집무를 보느냐”는 질문에 최영식 교장은 “공간이 없어서”라는 답을 했다. 학생수가 늘어 빈 공간이 없다고 해서 교장이 컨테이너 박스를 집무실로 쓰는 일은, 교장이 위계질서를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 장곡중 학생들이 정용택 교장의 모습을 넣어 만든 영화 포스터. 교장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 지 알 수 있다.

장곡중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도 평교사 출신 교장이다. 교장실은 엄숙한 곳이 아니었다. 교장실을 오가는 중앙 현관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탁구를 즐기는 소통의 공간이 됐다. 교장실로 이어지는 복도에서도 누구나 편히 앉아 책을 읽는다.

일부에서 평교사 출신의 교장 등극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학계는 내부형 공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교장공모제가 초빙형 위주로 진행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10년 교육부 자료를 참고하면 공모교장은 전국적으로 2425명이며, 이 가운데 75.8%인 1837명이 초빙형 교장이다. 내부형 공모교장은 22.1%에 지나지 않는다. 교사가 공모교장이 된 경우도 3.6%인 55명에 불과할 정도이다. 공모교장은 아직도 평교사에게 문호를 많이 열어두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모교장 찬성 교사 비율 ‘압도적’

어쨌든 공모교장은 새로운 틀이면서 확대를 해야 하는 정책임에 분명하다. 세화고 김종식 교장도 학교를 확 바꿔놓았다. 공모교장인 그는 교장자격증을 지니고 세화고에 도전, 체질을 개선시켰다. 눈에 띄는 건 학력향상이다. 세화고를 국내 최고의 명문과 겨루는 ‘명품학교’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공모교장은 남다르다. 분명한 성과를 내거나, 학교를 종전과는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지닐까. 김창수씨의 대구교육대 석사학위 논문을 보자. 이 논문은 대구시와 경기도 지역 2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 세화고 김종식 교장의 수첩. 교사들을 격려할 내용 등이 수첩에 빼곡히 적혀있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매우 찬성한다(6.5%)’와 ‘찬성한다(39.5%)’ 등 찬성 입장이 46.0%였다. 반대 입장은 ‘반대한다(13.0%)’와 ‘매우 반대한다(3.5%)’ 등 16.5%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 경으로는 21년 이상 교사들의 반대 입장이 18.6%였으나 찬성 입장도 46.5%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21년 이상 교사들은 다른 근무연령 교사들에 비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비율이 적었기 때문이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찬반은 전교조나 교총 가입의 구분도 커다른 의미가 없었다. 전교조 소속 교사 67.8%가 찬성 입장이었고, 교총에 가입한 교사들도 반대(16.2%)보다는 찬성(37.7%)에 훨씬 많은 표를 던졌다.

▲“내부형 공모교장 비율 더 늘려야”

이 설문에서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55.5%)이 지배적이었다. 평교사가 교장이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 조현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스승의 날에 직접 만들어 전달한 응원메시지. 혁신학교는 교장-교사-학생-학부모 간 수평적 민주문화를 지향한다.

21년 이상의 교사들이 내부형 공모교장 비율확대에 다소 주춤거릴 뿐 그 이하 교육경력자들은 내부형 공모교장에 대한 인식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21년 이상 교사들은 37.2%가 확대를, 11년에서 20년 교사들은 63.2%, 6년에서 10년 경력은 62.5%, 5년 이하는 55.1% 등이었다.

공모를 통해 학교경영을 하는 이들은 왜 다를까. 교사들은 왜 공모교장에 찬성표를 많이 던질까. 평교사도 대상이 되는 내부형 공모교장도 늘려야 한다는 비율이 왜 더 높을까. 기자는 현장을 봐왔다. 교육계 내에서의 이런 바람은 변화라기보다는 학교 교육 자체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 학교 교육이 본연의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기에 이를 공모교장을 통해서라도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교사들의 열망이 아닐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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