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습지’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
‘중산간 습지’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
  • 제주매일
  • 승인 20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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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신 연구사의 제주 식물이야기
(16)제주의 자연습지
▲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연못.

제주에서 평화롭고 고즈넉한 풍경을 찾는다면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습지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지친 소나 말이 습지에서 목을 축이는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이야 잘 모를 수 있는 일이지만, 우마나 야생동물의 입장에서는 이런 자연습지는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둥근잎택사.

■둥근잎택사 1998년경 확인된 늦둥이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에 있는 연못들을 보면 화산활동에 의해 특이한 지형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동굴을 만드는 용암류인 파호이호이용암류가 흐르면서 움푹 들어간 지형이 많이 만들어지고 , 시간이 흐르면서 용암류의 사이에 형성된 좁은 틈들이 메워지면서 연못들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이다.

더러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소박한 석축을 가미하여 물이 쉽게 고이도록 한 경우도 있어 오랜 세월 잘 관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서 창조된 것으로 지금은 그 안에 담긴 물 이상으로 소중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용암류 위에 형성된 연못들은 평지에 있는 연못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으로 수량이 비교적 풍부하며 어느 정도 물 깊이를 장시간에 걸쳐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수생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습지는 다양한 수생식물 종류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한 양의 물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느냐에 따라 살 수 있는 수생식물과 그렇지 못한 식물이 있기 때문이다. 즉,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에서부터 부엽하거나 침수해서 자라는 식물이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생식물 중에서도 잎을 물에 띄워서 자라는 부엽식물이나 아예 물속에 잠겨서 사는 침수식물의 경우는 일정한 수위가 유지될 수 있는 연못에만 자란다.

제주도에 자라는 수생식물 중에 부엽식물은 순채를 비롯하여 어리연꽃종류나 가래종류가 있으며, 그 외로 둥근잎택사라는 식물이 있다.

특히 순채와 둥근잎택사, 어리연꽃종류는 이 용암류위에 형성된 습지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이 중 둥근잎택사라는 식물은  1998년경 제주도 동부지역 습지에서 확인되어 제주식물 중에는 다소 늦둥이에 속하는 종류다.

 

■둥글게 생긴 잎 물에 띄워 성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길쭉한 잎을 가진 택사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수생식물의 구분기준으로 볼 때 일반적인 택사종류들은 물가에서 잎을 꼿꼿하게 세워서 자라는 추수식물(抽水植物, 뿌리는 물 밑의 땅에 있고 잎이나 줄기의 일부는 물위로 나와 자라는 식물)이라 할 수 있지만, 둥근잎택사는 둥글게 생긴 잎을 물에 띄어 자라기 때문에 부엽식물(浮葉植物, 뿌리는 물 밑바닥에 내리고 잎은 물위에 뜨는 식물)에 가까운 특징이 있다.

▲ 택사(둥근잎택사 유사종)

같은 택사종류라 볼 수 있지만 수생식물의 분류기준으로 볼 때는 서로 다른 유형이라는 것이다.

둥근잎택사는 한여름에 꽃을 피운다. 대체로 수면 근처에 꽃을 피우는 다른 부엽식물들과는 차별되게 긴 꽃줄기를 만들며, 가지마다 하얀색의 작은 꽃들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꽃피는 모습은 택사종류들과 많이 닮아 있으나 꽃의 구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택사종류들과도 차이를 보여 다른 그룹으로 구분을 한다. 이로 인해 둥근잎택사는 국내에 1속(屬) 1종이 분포하는 종으로 그 희귀성도 매우 높은 식물로 취급하고 있다.

둥근잎택사는 인접한 일본에도 분포하며,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마다가스카르 등에 자라는 식물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위도가 낮은 열대나 아열대지역이 주요 분포지로 볼 수 있는데, 특이하게 2011년도에 경기도 파주 민통선에서도 발견돼, 식물의 분포가 매우 흥미거리가 된 바 있다.

중부지방의 분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수생식물이기 때문에 철새들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반못.

■제주도 동쪽지역에 치우쳐 분포

 제주도내의 분포에 있어서도 조금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제주도의 동쪽지역에 치우쳐서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생하는 식물 중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 종인 ‘순채’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식물 역시 제주도의 동부지역 습지에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아무래도 동부지역이 앞서 설명한 용암류위에 형성된 연못이 많이 있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진다.

둥근잎택사의 분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생식물의 분포는 아무래도 습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수생식물이 많이 있어도 자랄 수 있는 연못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연못들의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습지들이 육화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습지의 형성과 관련이 많은 방목의 감소로 인해 연못에 대한 확보나 관리의 필요성이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아진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습지의 감소는 제주도 식물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습지 생태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수서곤충 등 다양한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산간지역의 습지들은 몇몇 수생식물의 분포에만 관련이 있는 부분이 아니며 생물다양성 유지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생태보고로서의 습지를 잘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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