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1>

고등학교 2학년인 김가람(가명) 양은 아픈 엄마와 단 둘이 제주시내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모친은 가람 양을 임신했을 때 아빠와 헤어지고 임신한 몸으로 갖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미혼모의 집에서 아이를 낳은 뒤 오빠가 있던 제주로 내려와 살다 생활보호대상자를 신청하기 위해 진단서를 받으러 갔다가 병에 걸린 걸 알았다. 루프스 병이었다. 간간이 일을 했지만 신장기능까지 나빠지면서 10년전부터는 일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모녀의 한 달 수입은 정부 및 민간 후원금 55만원이 전부다.
가난한 편모가정에 아픈 엄마. 한살한살 나이가 들수록 가람 양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꿈이 있고 꿈을 위한 계획들도 있는데 아픈 엄마를 보면 겁이 먼저 난다.
초등학교 때 이가 빠진 엄마의 얼굴을 보고 친구들이 할머니 같다고 놀렸다. 왕따가 된 적도 있다. 여중시절에는 선생님의 관심과 보호를 받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가람 양은 속상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하얀 종이 위에 내가 생각한대로 그려나간다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한 번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상을 많이 받았다. 올해만도 벌써 네 개째다. 지난 4월에는 제주도 기능경기대회에서 컴퓨터그래픽 부문 1등을 했다. 학생과 일반이 함께 겨룬 대회였다. 엄마의 외삼촌이 극장 간판화가였으니 가람 양의 재능은 외가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 분명하다.
가람 양의 꿈은 출판사 편집장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 그 속에는 가람 양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담을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제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하고 졸업후 육지로 가 출판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엄마가 걱정이다. 아니, 우리가 걱정이다.
지난해 가람 양을 만났던 한 사회복지사의 기록지에는 가람 양이 어린시절의 상처를 그림으로 치료하고 또 그림을 잘 그리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특기적성개발을 전혀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내용이 담겼다. 또, 이 기록지에는 가람 양과 모친이 오랜 기간 서로 의지해오면서 애착관계가 다른 가정보다 훨씬 깊으며 가람 양이 대부분의 정서적 지지를 모친을 통해 얻고 있다고 판단했다.
가람 양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당장 그림 연습은 물론, 대학 졸업 후 한달에 5만원짜리 이 곳 임대아파트를 떠난 이후에 대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생각하면 모든 게 희미하지만 저는 제 꿈을 꼭 이루고 싶어요. 엄마의 얼굴이 웃음이 떠나지 않게. 그리고 저도 행복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