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업 ‘확대 조례’로 변질된 ‘감독 조례’
카지노업 ‘확대 조례’로 변질된 ‘감독 조례’
  • 제주매일
  • 승인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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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9명 중 3명 찬성도 신규 가능
조례 개정 없으면 감독 요식행위
▲ 김준표 사회학  박사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9월 4일 카지노정책과 관련한 공적인 약속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지난 6월 3일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다.

조례에 근거해 도청 내에 카지노감독과가 신설됐고 과장에 이어 일부 직원들의 공개채용이 진행 중이다. 이제 두 번째 후속작업을 통해 지사의 약속이 진정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현재의 조례가 지사의 약속을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 지사가 카지노 관련 약속을 도민사회에 제시한 지 거의 1년이 됐다. 그 약속은 ▲카지노감독기구 ▲허가·양도 양수·갱신제도 및 행정처분 기준정립 ▲관리·감독을 위한 종사원 및 전문모집인 등록제 도입 ▲카지노 조세 및 지역기여 방안 등이다.

당시 지사는 카지노산업에 관한 관리·감독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지노업 종합발전 계획과 부작용 해소 대책·허가·양도양수·갱신제도·회계감사, 카지노 종사자 면허발급 및 교육이 감독기구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허가권의 유효기간 3년과 관광산업 기여도 및 행정처분 위반회수 등을 반영해 갱신의 가능여부를 따지겠다고 했다. 또한 양수인의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양도와 양수에 인가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종사원을 감독기관에 등록해 관리하고 교육하겠다고 자못 꼼꼼한 약속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사의 약속은 조례를 통해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카지노업 관리·감독을 위한 조례는 ‘카지노업 확대를 위한 조례’가 되고 말았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도 보이는 함정들이 법을 전공한 지사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너무 바빠서 조례의 초안을 직접 챙기지 못하고 담당자들에게만 맡겨두었던 것인지, 그래서 담당자들이 지사의 약속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지사 스스로가 처음 약속을 제시했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인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지사 스스로의 입장변화가 있었던 것이라면, 도민사회에 밝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빛 좋은 약속, 속 없는 조례로 도민들을 기망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사의 어떠한 약속이 조례에서 거부됐는가? 일단, 허가권의 유효기간과 갱신의 경우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종사원과 전문모집인에 관한 조항은 있으나 개념 설명만이다. 종사원의 교육은 사업자에게 맡겨놓았고, 전문모집인 관리에 대해서는 따로 공시하겠다고만 적어놓았다.

매출액 엄정관리와 지역세수 투명성 확보 등도 구체적인 장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카지노업체의 현지고용 및 현지구매와 계약 그리고 CSR 등 지역사회 직접지원 등의 제도화를 약속했으나, 이 역시 조례에 내용으로 담아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조례를 통해 가능할 수 있는 정책은 2가지다. 하나는 카지노감독과와 카지노업감독위원회 설치이고, 다른 하나는 카지노의 신규 허가 및 확대 변경이다.

참 이상한 것은 내국인출입이 불가능한 카지노 신규 조건이 외국인관광객이 아닌 외래관광객 연 60만명 증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카지노업감독위원회 구성은 9명이지만 그 중 3명만 찬성해도 신규허가와 기존매장의 확대변경이 가능할 수 있다.

카지노업감독위원회의 민주적 구성과 공개적 운영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처음으로 신설된 카지노감독과가 해야할 최우선의 임무가 카지노업감독위원회의 민주적 구성이며, 카지노업감독위원회가 해야할 최우선의 임무는 시급한 조례개정작업이다. 신규나 변경 허가 이전에 조례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카지노조례와 카지노감독과는 카지노 신규 및 규모 변경 허가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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