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신라 사회공헌 활동
‘맛있는 제주만들기’ 10번째 결실
이부진 사장 ‘진정성’ 입증
再起 발판 마련한 식당 주인들
재능기부 ‘善순환’으로 이어져
“밥은 하늘”의미, 깊이 되새겨야
호텔신라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인 ‘맛있는 제주만들기’가 10번째 결실(結實)을 맺었다. 이번 10호점의 주인공은 서귀포시 중앙로에 위치한 천보식당. 강순옥(여·65)씨가 운영해온 이 식당은 59㎡(18평) 규모의 영세한 동네식당으로 그동안 오리요리와 국수를 주 메뉴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하루 평균 고객이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실적이 초라했다.
이에 호텔신라(대표이사 이부진)가 ‘멘토’로 나섰다. 호텔신라는 주변상권 조사와 함께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해서 조리법을 전수하고, 노후화 시설물 전면 교체 등 식당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그리고 ‘오리진흙구이’와 ‘천보정식’을 메인 메뉴로 이달 5일 재개장했다. 이른바 삼성가(家) 이부진 사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재기(再起)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프로젝트인 ‘맛있는 제주만들기’와 관련 당초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궁금해 하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이 같은 (삼성에 대한) 시각은 이부진 사장이 호텔 출입문을 파손한 택시기사에게 5억원의 변상금을 면제해줄 때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물론 일각의 시선이긴 했지만 언론의 ‘이부진 미담(美談)’ 찬사에 혹자는 ‘삼성에 아부하는 한국언론들’이라고 비아냥댔다. ‘삼성 공화국’에 있어 이부진 사장은 ‘개인적 일탈(逸脫)’과 같은 존재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부진 자체보다 ‘삼성의 지난 과오’에 대한 질타일 터다.
그러나 ‘맛있는 제주만들기’에 관한 한 호텔신라, 아니 이부진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 그것은 지난해 2월 1호점인 신성할망식당(제주시 연동, 고기국수·순대국밥) 오픈을 시작으로 총 10곳의 결실을 맺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희망과 재기의 주인공’들인 10개 식당은 제주도 전역에 퍼져 있다. 3호점 메로식당(서귀포시 서귀동, 메로구이·메로탕면), 5호점 신좋은식당(성산읍, 보말칼국수·보말해장국), 9호점 해성도뚜리(제주시 애월읍, 토마토짬뽕·흑돼지정식) 등이 그 면면이다.
현재 이 식당들은 제주도 맛집 코스 등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매출 또한 급신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러난 현실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텔신라의 사회공헌 활동이 ‘선순환(善循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10호점 행사에는 ‘맛있는 제주만들기’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1~9호점 영업주들이 모두 참석해 재개장을 축하하는 한편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본인들이 배운 요리기법, 즉 ‘재능기부’를 활용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 의도(意圖)를 떠나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공은 ‘먹거리(밥)’를 타깃으로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부진은 슬기로웠다. 최소한 대한항공 조현아의 ‘땅콩회항 소동’이나 롯데그룹의 ‘철부지 왕자들’과 같은 우(愚)를 범하진 않았다.
논리의 비약일지 모르지만 ‘밥’은 사상을 만든다고 한다. 긍정적 사고를 길러주느냐 아니면 부정적 시각을 키우느냐 하는 사상의 시발이 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고금(古今)의 역사를 보더라도 배가 고플 때 세상을 조롱하고 패악(悖惡)한 무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밥’은 사람을 만든다고도 했다. 모름지기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식탁을 같이 한다. 그러므로 밥은 세상과 동화(同化)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어떠한 목적을 향해 같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시인 김지하도 “밥은 하늘”이라고 노래했다. 서로 나눠 먹고, 여럿이 같이 먹을 때 생명(生命)으로서의 ‘밥’의 근원적 의미가 살아난다는 것. 지금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도 바로 국민들에게
‘밥을 잘 먹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