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가리기 의혹
다점포 79곳 양도·양수 빈번
권리금 피해 발생 우려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 개․보수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은 “기존 점포 업주와 재계약을 않고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제주시의 방침에서 비롯됐다. 제주시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지난 4월 조합 측에 보냈다.
상인들은 이를 놓고 계약 파기 후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공사를 핑계로 재계약을 않고, 조례 개정 후 점포 불법 전대와 양도․양수 등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상인들의 기득권은 없어진다.
지하상점가진흥사업조합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지하상가 문제에 대해 언젠가 선을 그어야 하는 점에 비춰 상인들의 요구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제주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하상가 382개 점포 중 공동명의는 39곳으로 파악됐다. 전대행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임차인과 전차인 공동명의의 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제주시는 보고 있다. 현행 조례상 지하상가 전대행위는 불법이다.
또 1인이 복수의 점포를 임차한 다점포가 79곳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브랜드입점 및 점포면적 확대를 위한 연접점포 합병이 77명, 다수 사업장 운영이 8명으로 분석됐다.
점포 영업권 양도․양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양도․양수가 불법은 아니지만 권리금이 붙고 있는 게 문제다. 조례는 재난․재해로 부득이 사유가 발생해 영업이 불가능한 때, 상가상인회 임원회에서 심의 결정돼 상인회장이 요청할 때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영업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양도계약의 내용, 즉 권리금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의 요구대로 임대차계약을 유지한 채 공사를 진행할 경우 문제 개선의 시기는 더욱 늦춰질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고액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권 인수 등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혈세(사업비 70억원)를 투입하는 이번 개․보수가 지하상가 운영문제를 개선하는 적기”라며 “조례 개정을 통해 점포 양도․양수 제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는 2011년도부터 관련 조례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김병립 시장 취임 후인 지난 2월에는 도에 최종 의견을 냈다. 제주도는 조만간 입법예고를 통해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도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광식 제주시 도시건설교통국장은 “상가 임차인들은 재계약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행 조례 규정에 따르면 공공목적의 필요에 의해 상가 대수선이 필요한 때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하상가 개․보수 사업은 대형재난사고 예방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것인 만큼 신속하게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