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순이삼촌’(1978년)으로 제주4·3사건 공론화의 불씨를 당긴 작가 현기영. 그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제주4·3사건의 진실을 복원하고, 제주도민 수난의 역사를 보듬는 데 집중해왔다.
최근 현씨의 저서 목록에 어린이 그림책 ‘제주 해녀 간난이’(사진)가 더해져 관심을 끈다.
현씨의 소설 ‘거룩한 생애’를 원작으로 한 ‘제주 해녀 간난이’는 제주 여인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책이 가진 지면·표현의 한계에도 불구, 역사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간 제주 해녀 간난이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일제강점기 시대, 제주도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간난이는 홀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를 위해 13살부터 물질을 배운다.
간난이는 다른 해녀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가르침 덕분에 제법 물질을 할 줄 아는 상꾼 해녀로 성장한다.
그러던 중 일제의 수탈이 도를 넘자 해녀들은 힘을 모아 저항한다.
이로 인해 간난이는 모진 수난을 당하지만 마침내 온 마을은 해방의 기쁨을 맞게 되고, 제주 바다에도 다시 평화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제주 해녀 간난이’에서는 제주의 푸른 바다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제주 출신 정용성 화가는 이번 책의 그림을 맡아 거칠면서도 따뜻하고, 잔잔하면서도 힘찬 제주의 풍광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다소 투박하게 표현된 그림의 터치감은 거친 파도에도 당당히 맞서는 제주 해녀의 질박하고 역동적인 삶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난 현씨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마지막 테우리’, ‘지상에 숟가락 하나’, ‘변방에 우짖는 새’ 등이 있다.
현북스. 값=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