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안이 발표됐을 때 이 정부가 이번에는 정말 제주를 ‘특별’하게 대접해 줄 것인가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특별’이 어느 샌가는 ‘보통’으로 변질되는 일이 거듭 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결국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안이 발표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정부가 인천, 부산, 광양 등 3개 지역 경제자유구역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격상시키기로 했으니 말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해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니 다 된 밥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경제자유구역청이 특별지자체가 되면 조직·인사·재정 등에서 자율성과 독립적인 인·허가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한다.
사실 제주국제자유도시만 해도 특별법이 제정된 지 얼마 안돼 국제자유도시와 기능이 거의 비슷한 경제자유구역을 곳곳에 만들어 제주만의 메리트를 평가 절하케 하더니, 이번에는 특별지자체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아류를 양산하여 제주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고 있다.
물론 이 특별지자체가 광역단체인 특별자치도와는 규모가 다르다 하더라도 경제자유구역청의 상위 단체인 관할 시·도를 뛰어 넘어 최대한 자율적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는 광역자치단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90년대 초에도 제주개발특별법을 만들어 제주만 배려하는 듯 생색을 내다가 그 혜택의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보통법’으로 전락시킨 바 있거니와, 제주도를 무슨 모르모토처럼 실험용으로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
제주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다른 지방과는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원칙에 따라 진짜로 ‘특별한’ 지역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으로 어르려 하다가는 도민들의 분노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