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포도는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라고, 7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다.
포도송이가 적당하고 알맹이가 균일하게 달린 것이 좋다. 잘 익은 청포도는 포도송이 끝에 달린 알을 먹었을 때 달콤하다. 구연산과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으며, 청포도 특유의 타닌이 해산물의 비린 맛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여 해산물 섭취를 쉽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도내 유일 청포도 시설재배 농가
국내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흔하게 맛볼 수 없는 고급 포도인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품종 청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지역에서 무릉포도농원(792-5153)을 운영하는 이찬두 대표(67).
1990년대 초 시설포도의 경우 바나나 대체 작목으로 분류되면서 도내에서도 10여 농가가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이찬두 대표만 재배하고 있다.
즉, 도내에서 유일한 ‘껍질째 먹는 청포도’ 시설재배 농가다.
이찬두 대표가 대표적으로 재배하는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품종은 사막지역이 원산지이기 때문에 겨울에 땅이 어는 곳은 재배가 어렵다.
또 이른 봄철 새싹이 돋아날 때 냉해를 입거나 습기가 높아 곰팡이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제대로 관리를 안 하면 그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 대표는 “포도는 연년생 작물로 다년간 생육이 계속되는 작물이다. 이를 위해 시비와 관수, 전정, 눈따기, 순자르기, 적과 등의 작업을 알맞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나무도 튼튼해지고 해마다 좋은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송이솎기나 알 솎기는 포도송이와 포도송이, 포도알과 포도알 사이의 양분 경합을 예방하기 위해 해줘야 하는 작업이지만 손이 많이 간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실의 크기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의 수세까지 떨어뜨리게 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 귀농 23년 청포도 재배 고집
이 대표는 23년 전인 1992년 잘 다니던 건설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러고는 부인 송재경씨(65)와 두 자녀를 고향인 서울에 남겨두고 홀로 대정읍 무릉리로 향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말이 익숙하던 시절이었지만 제주로 귀농했다.
이 대표는 “건설회사를 10년 다녔는데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 등에 7년 정도 있었다”며 “국내로 돌아왔지만 또 지역 현장을 다녀야 했고 해외에 있으나 국내에 있으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 곳에 정착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회사 현장 사무소에서 취미로 채소와 과수 나무 등을 재배하는 일이 매우 좋았다”며 “제주도에 있던 친인척이 청포도를 재배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곧장 승낙했다”고 말했다.
그가 내려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700평 시설 하우스를 사서 농업기술원에서 바나나 대체 작물로 정부 지원을 해 준 품종인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품종을 키우는 일.
10년 전 부인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부인 송재경씨는 내려오게 된 이유에 대해 “저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정년퇴직을 꿈꿔왔지만 자녀들도 어느 정도 크고, 월차나 연차를 받아서 일을 도와주러 내려왔을 때 주렁주렁 달린 포도 모습에 반하게 됐다”며 “남편 혼자 포도 농사를 짓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현재 한 해에 거둬들이는 조수입은 4000만원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23년 전과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포도 1㎏에 8000원 수준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4000만원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지만 지금은 원룸 전세금 정도다. 판로 역시 예전에는 사업 수완을 발휘해 서울 지역 현대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에 납품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23년째 청포도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포도 재배 초기에는 건설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토대로 서울 지역 현대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의 바이어와 직접 만나 재배한 청포도를 들고 가 맛을 보여줬다”며 “그 때만 해도 희소가치가 있어서 1㎏에 8000원해도 잘 팔렸다”고 옛 기억을 꺼냈다.
이어 “시설 포도가 손이 많이 가고 상품도 제대로 안 돼 다른 농가가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자연스럽게 농가가 줄어들다 보니 나중에 희소가치가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틈새시장이 있겠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청포도 재배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일까,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소문나서 육지부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나 영농단체에서 꼭 와봐야 하는 견학 농장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 그동안 쌓인 단골손님도 많아 농장 직판을 통해 생산량 전량이 판매되고 있다.
▲자연재해 1억원 가까이 손해 그래도 청포도
이 대표의 영농일지를 살펴보면 1월과 2월에 전정을 하고 가지를 자른다. 두 마디를 남기는 단초 전정을 한다. 3월과 4월에 순을 정리한다. 7~8마디에서 줄기를 자른다. 이러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7~8월까지 열매를 키우고 보통 추석 전에 수확한다.
그래서 보통 7~8월은 1년 농사 시기 중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시기다.
하지만 제주 지역에서는 이 시기에 태풍이 잦다.
결국 이 대표의 농장에도 2012년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찾아왔다.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볼라벤은 청포도 시설 하우스를 집어삼켰다. 시설 하우스 2동은 엿가락처럼 휘어버렸다. 수확할 시기에 불어 닥친 재해에 손쓸 방법도 없이 시설비로 7000만원 정도를 날렸다.
일부를 수확했지만 양심상 상품으로 팔 수 없어 지역 주민들에게 반값도 안 받고 그냥 팔았다. 일부는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그래서 3000만원 정도를 손해 봤다.
수확 시기에 발생하는 태풍은 절망적이었지만 이 대표의 청포도 사랑은 오히려 더 커졌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됐다.
피해를 입은 하우스 2동에 다른 청포도가 자라고 있다. 길쭉한 손가락 모양의 ‘골드핑거’ 품목으로 시범 재배되고 있는 것.
당도가 최고 23브릭스까지 나와 포도송이를 따면 끈적끈적할 정도다.
이 대표는 “골드핑거는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며 “지난해 반응이 엄청나 예전 도지사가 행사할 때마다 이 품종을 꼭 찾았다”고 자랑했다.
▲일본 고급 포도처럼 고품질 포도 생산 꿈
최근 일본 이시카와 현이 개발한 고급 포도 품종인 ‘루비로만 그레이프’ 한 송이가 가나자와시 중앙도매시장 첫 경매에서 100만엔, 한화로 약 93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포도송이는 한 호텔에서 코스 요리의 디저트로 곁들여졌다.
이처럼 이 대표의 꿈도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것.
이 대표는 “일본에서는 이처럼 고품질을 생산해낸다. 이것을 통해 소득을 높여나가는 것”이라며 “부부가 함께 농장을 관리하기에 500평이 적당하다고 해서 저희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추석 수확 시기나 휴가 때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들이 내려와 도와줄 때 뿌듯하고 나중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저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내려와 고생만 하는 부인에게 매우 미안하다. 늙어서도 즐겁게 살면서 태어난 때는 다르지만 죽을 때는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부인에게 애정표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