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중한 아이들, 꿈과 추억을 함께한 시간들
모두가 소중한 아이들, 꿈과 추억을 함께한 시간들
  • 박미예 기자
  • 승인 2015.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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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13>에필로그
▲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해변 모래사장을 힘차게 뛰고 있다.

■우리들의 초등학교

하굣길 달콤했던 군것질 시간, 성적표가 나오던 날의 두근거림, 방학숙제를 미뤘다가 손에 연필 때 묻혀가며 고군분투했던 순간, 운동회 날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힘껏 달렸던 기억…….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행복했던 유년시절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초등학교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 제주북초등학교 4학년 학우들이 혼디락 1인 1악기 프로그램중 바이올린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學生)이라는 이름표를 처음 다는 그곳에서 우리들의 ‘인생’은 시작된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세상을 접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경험을 통한 배움이 마음에 속속 스며들어 가치관·인성의 밑거름을 형성한다.

대통령, 요리사, 과학자 등 매일 다른 미래를 꿈꾸기도 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돼 줄 진정한 친구를 얻기도 한다.

 

■작은 학교, 존폐의 갈림길에서

도심의 변화,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 등으로 통폐합 위기에 놓이는 초등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학교 통폐합은 효율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교를 ‘추억’으로 곱씹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유년시절의 기반을 이루는 ‘나와 내 친구들의 초등학교’만은 세월에 관계없이 영원할 것만 같다.

▲ 제주남초등학교 발명반동아리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수업에서 풍력발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당국은 현재 정원 60명을 채우지 못하는 작은 학교의 통폐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학교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도 줄여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석문 교육감은 교육감 후보 시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 아니라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교육청은 현재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해 특색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행정 또한 폐교 위기의 읍면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공동주택 및 빈집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도 지난 3월 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도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 지난해 11월 12일 광령초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이 제주어 공개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본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연재한 기획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이야기’를 통해 학생 수 감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노력으로 꿈을 키워가는 작은학교를 조명했다.

취재 기간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들의 행복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것. 또 하나는 학교와 지역이 공생관계라는 것이다.

작은학교는 생존을 위해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택했다. 학교가 간절하게 잡은 동아줄이 다행히 아이들에겐 튼튼한 동아줄로 작용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아이들은 변화하고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가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어 교육, 독서 교육, 체험 중심 교육 등 ‘배움’을 위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며 웃음이 많아졌고, 학교를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직원들도 아이들이 큰 학교에 기죽지 않고 작은 학교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이해심과 열정, 사랑으로 메우고 있다. 작은 학교 교직원들은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교직원이 많지 않아 업무량이 과도하지만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아이들 한명 한명을 정성으로 보듬게 된다는 것이다.

▲ 종달초등학교 전체 다모임시간때 1학년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함께 토의하고 있다.

한편, 학교의 존폐 여부는 그 주변 구성원들의 생활환경을 바꿔놓는 마을의 중대사다. 과거에도 현재도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지역의 구심점이다.

어도초, 신창초, 조천초 등의 학교에서도 학교와 지역의 공생관계를 인식해 마을 탐방 등 지역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원도심(原都心) 공동화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제주북초의 경우 학교와 지역을 함께 살리고자 올해부터 지역민과 손을 잡고 예술·역사 진로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진로체험의 재료는 원도심이 가진 역사의 흔적이다.

취재 중 만난 작은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걱정이 많았다. 앉아서 매해 일정 수의 학생들을 받던 교사들이 홍보 리플렛을 만들어 동사무소로 향하고 있다. 주민들의 걱정은 더 컸다. 교사들의 마음 씀에는 임기라는 제한 시간이 있지만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학기초 입학생 수를 묻는 게 일상이 됐다. “이번에는 좀 들어왐신가?”

이유는 하나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에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야 마을이 편안하기 때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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