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김영환
  • 승인 2015.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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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 파충류·포유류 등 3개 층
흥분해 있을 경우 ‘뱀의 뇌’ 상태
논리적·합리적 판단 불가능

학교-학부모 소통의 문제 발생
‘1일 왕따’ 사건도 한 사례
교육정책·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퇴근길에 아이들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사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뒤늦게 들어온 둘째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생들을 보고 막내와 자신을 위해 아이스크림 대신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넷째와 막내는 아이스크림과 치킨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다투기 시작했고, 둘째는 두 동생에게 서로 화해하지 않으면 치킨을 주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둘은 끝내 화해를 하지 않았고 치킨은 아무도 먹지 못했다.

“미안해”하고 한마디만 하면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너무도 간단한 일이지만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가인 마크 고울스톤(Mark Goulston)은 자신의 저서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진화의 과정에서 3개의 층을 이루었는데 맨 안쪽에는 투쟁·도피의 생존본능을 관장하는 파충류의 뇌가, 중간층에는 감정을 주관하는 포유류의 뇌가, 바깥층에는 상황을 논리적·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식적으로 실행계획을 세우는 영장류의 뇌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인간의 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데, 상대가 흥분해 있거나 경계심을 갖고 있다면 상대는 ‘뱀의 뇌’나 ‘쥐의 뇌’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1일 왕따’ 사건의 학부모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학교 측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는데 진상조사위에 학부모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일단 진상조사위가 꾸려졌다니 조사결과가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선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교육청·교사·학부모 등의 여러 입장들을 청취하고 그 상황을 나름대로 추정해 보았다. 자신들이 파악한 사실에 대해 진위 여부를 떠나 학부모들은 폭발직전의 분노를 안고 학교를 찾아갔을 것이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로의 문제점만 보이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며, 학부모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여긴 듯하다. 어른들의 잘못된 갈등해소로 인한 교사와 아이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지금은 은퇴하신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 당신이 교사로서 미숙했을 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점이 가장 미안하고 후회된다던 말씀이 생각난다. 이번 사건도 교사의 주장대로 훈육차원에서 ‘침묵의 시간’을 준 것이 아이들에게 왕따로 통용된, 어찌 보면 지도방식의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일지도 모른다. 직업인으로서는 이해가 되지만,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많이 다르다.

학교운영위원 경험으로 보면 학교 측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학부모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옳다는 생각은 설득의 장애물이다. ‘티칭(Teaching)’에 익숙해져 학부모를 교육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 설득의 대상이 아닌 이해해야할 대상이다. 학부모는 변하지 않는다. 교육정책이, 학교가,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학부모도 변한다.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을 두고 전교조와 교총의 논쟁이 뜨겁다. 한쪽은 찬성, 한쪽은 반대다. 인성은 타고나거나 자아가 형성되기 전인 15세 미만의 나이에 만들어지고, 한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성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찬성하는 쪽은 정의이고 반대하는 쪽은 불의일까? 반대하는 이유도 설득력 있다. 양측이 무한충돌로 대립하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이 민주주의요 발전적인 것이다.

제주지역사회 특성상 토론에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서로를 의식해 진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우회해서 말하다보니 불분명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비판을 모욕으로 느낀다. 평소 비판적 사색능력이 길러지지 않고, 토론이 자연스럽도록 교육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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