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재보다 생생”- “자칫 분노 감정 심어”

유족이 후손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4·3평화교육, 지나칠까 생생할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일선학교에서의 4·3평화교육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한 '4·3 유족 명예교사 제도'가 적절한 지를 놓고 교육계 내부에서 공방이 일고 있다.
29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도교육청이 위촉한 4·3 유족 명예교사는 16명이다. 이들은 교육청이 마련한 강의안을 중심으로 자신이 겪은 4·3을 증언의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4·3교육이 통상 4·3을 전후해 매년 한 두 차례 이루지고(계기교육), 교육청이 사전연수시 제공한 기본 강의안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족을 통해 듣는 4·3사건은 어떤 교재보다 생생하게 다가가 역사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족들의 걸러지지 않은 감정 상태가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반영하듯 최근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는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
강시백 교육의원은 유족 명예교사 수업을 참관한 뒤 작성된 언론보도를 인용해 "한 여학생이 4·3에 대해 잔인한 날이었다는 표현을 썼다. 유족 명예교사 제도는 자칫 아이들에게 분노에 찬 보복 심리를 심어줄 수 있다"고 반대했다.
김광수 교육의원과 홍경희 의원(새누리당)도 비슷한 이유로 시기상조 론을 펼쳤다.
반면 자신을 4·3 유족이라고 밝힌 강경식 의원(무소속)은 "4·3교육을 받는 4~6학년 학생들은 어리지 않고, 담임교사가 균형을 잡아줄 수 있다"며 "그보다는 4·3의 아픔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전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29일 전교조 제주지부(지부장 김영민)가 앞선 도의회 정례회에서 4·3 유족 명예교사 제도에 반대한 일부 의원의 표현을 문제 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강시백·홍경희 의원이 '유족 강사는 학생들에게 혼란과 분노, 상처만 줄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해 유족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스스로 역사교육 철학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대도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교육계 관계자들은 “유골 발굴과 대통령 사과, 진상보고서 채택에 이어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는 진보 교육감의 당선까지 4·3 발발 70여년 만에 제주는 평화교육의 호기(好機)를 맞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강사의 시각에 균형을 잡아주고 도의회는 평화교육을 적극 지지하며 기회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