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을 직역하면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뜻이다. 제갈량이 얽힌 고사(故事)에 나오는 말로, 공정한 법 집행을 하거나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는 것을 비유할 때 곧잘 쓰인다.
제주자치도가 27일 해양수산국장을 대기발령하고, 에너지산업과장은 직위해제했다. 하반기 인사 때 반영될 것이란 시각은 어느 정도 있었으나, 이렇게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해양수산국장의 경우 해양수산연구원장 재직시 수행한 업무와 관련 도감사위원회에서 경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에너지산업과장은 풍력산업 관련 민간단체로부터 수상과 함께 상금을 받아 큰 물의를 일으켰었다.
소명절차 등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가 대기발령 등의 전격 조치를 내린 것은 이들의 부적절한 행태와 관련 들끓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이번 인사 조치와는 별도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등 법이 규정한 제반 절차를 진행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사실 민선 6기에 들어서도 계속 이어진 공무원 비리는 원희룡 도정(道政)에게도 큰 부담이 됐다. 수의계약 특혜 의혹부터 부하 연구수당 갈취,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비리 대상이었다. 가담 공무원도 윗물 아랫물이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었다.
따라서 제주자치도의 이번 조치가 일회성 엄포용으로 끝나선 결코 안 된다. 공무원 비리(非理)가 계속되는 한 그 어떤 도정의 정책도 신뢰를 받지 못할 것임은 뻔하기 때문이다. ‘읍참마속’은 아닐지라도 일벌백계(一罰百戒) 처벌로 공직기강을 일대 쇄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