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곶자왈을 다시 생각한다
제주의 곶자왈을 다시 생각한다
  • 김계춘
  • 승인 2015.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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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毛의 땅’서 생명 텃밭으로
생태계 寶庫…제주의 허파
각종 개발사업에 곳곳 ‘신음’

곶자왈 훼손 주범은 골프장
JDC, ‘도립공원’조성 도민 품에
곶자왈 가치 되새기는 계기로

사람들은 아마존 밀림을 ‘지구의 허파’라고 일컫는다. 제주에도 이와 같은 소중한 자산이 있다. 제주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이 바로 그것이다.

숲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자갈을 의미하는 ‘자왈’의 합성어인 곶자왈.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울퉁불퉁한 지형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 나무와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原始林)을 이루고 있다.

제주의 곶자왈은 구좌~성산, 조천~함덕, 애월, 한경~안덕 등 4개의 지대에 고루 형성되어 있다. 그 면적만도 7700ha(*곶자왈에 대한 명확한 ‘정의(定義)’가 없어서인지 연구자마다 면적이 다르다).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외한 도내 전체 임야의 1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곶자왈은 ‘불모(不毛)의 땅’으로만 여겨졌었다. 그러나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 등으로 알려지면서 그 진가(眞價)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해 미기록종인 창일엽과 천량금이 곶자왈에서 발견됐다. 또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희귀식물인 붓순나무와 개톱날고사리 등도 터를 잡고 있었다. 이처럼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잉태하는 생명의 텃밭이 바로 제주의 곶자왈이었다.

하지만 이런 찬사(讚辭)를 뒤로 하고 곶자왈은 지금 큰 수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수난사(受難史)는 무분별하게 진행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초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는 ‘곶자왈 보전관리 종합계획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곶자왈 개발면적은 20.63㎢로 전체 면적 109㎢의 18.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이 좋아 ‘개발면적’이지, 실은 ‘곶자왈 훼손면적’에 다름 아니다.

이 가운데 골프장 10곳이 곶자왈 전체 면적의 7.18%인 7.88㎢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어 돌문화공원 등 관광시설 8곳이 5.49%인 6.03㎢,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택지개발이 3.84%인 4.22㎢ 순이었다.

골프장을 위시해 제주자치도와 JDC 등 공공기관이 앞장 서서 곶자왈을 훼손·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의 곶자왈은 여전히 파괴적인 이용 형태의 ‘개발압력(開發壓力)’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정광중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는 지난 5월 열린 ‘곶자왈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활용’ 심포지엄에서 “도내 곶자왈 면적은 모두 9256만㎡로, 이 가운데 22.3%인 2060만㎡가 개발됐다”고 발표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이는 1년 사이 지난해(18.78%)보다 3%가 넘는 비율의 곶자왈이 훼손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같은 현실 이면엔 잘못된 ‘곶자왈 관련 등급기준’이 자리잡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개발이 불가능한 1,2 등급의 절대보존 곶자왈 지역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 사실상 99% 이상의 곶자왈이 개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 번 개발(훼손)된 곶자왈을 다시 원상 복구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난(亂)개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관계당국은 ‘제도 개선’ 등을 운운하나, 정작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성 말이 아니라 단호하고 지속적인 실천 의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대정읍 신평~보성리 일대(154만㎡)에 ‘곶자왈 도립공원’을 조성해 24일 도민 품에 안겼다는 보도를 접하고 느낀, 제주 곶자왈에 대한 필자의 소회(素懷)다. 다소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JDC로선 모처럼 의미 있고 바람직한 일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는 말은 어느 공익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이번 JDC의 ‘도립공원 공헌’이 제주의 대표적 자연유산인 곶자왈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며 소중하게 보듬어 나가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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