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투명·건전·타당·효과성 중요
집행부·의회 공히 예산혁신 필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선 201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한창이다. 도가 지난달 25일 제출한 추경안은 당초 예산 3조8194억원에서 3139억원이 늘어난 4조1333억원 규모다. 집행부는 메르스 경제위기 극복과 제주의 가치를 높이기 등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도의회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증액은 절대불가”라며 도의회를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 부치던 원희룡 지사는 이번에도 증액불가를 말하면서도 “납득되는 타당한 증액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도의회 역시 관례적 ‘묻지마 증액’ 대신 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타당성에 대한 동의를 받으려는 모양새다.
이번 주 마무리 예정인 추경심사가 파국상황이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를 본 도민들은 차제에 예산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한 계기가 아닌가 싶다.
예산은 흔히 투명성·건전성·타당성·효과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주도의 예산편성과정을 보면 이 원칙을 적지 않게 위배하는 경우가 있었다. 2008년 도입된 ‘사업별 예산제’는 성과평가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묻도록 하고 있는데 반해 실제는 관례적 점증예산 편성을 답습하고 있다. 성과평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법에 의해 40억원 이상 소요되는 사업은 중기예산계획을 편성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서면결의나 대면결의로 대신하고 도의회의 승인 절차 역시 거수기에 머물러 예산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4년마다 세우고 있는 지역복지계획과 같은 법정계획상의 예산계획도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현장에선 “계획 따로 예산 따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경우도 예산액을 미리 정하고 제한된 주민만 참여하는 행정주도형으로 주민주도하의 참여라는 취지를 역행한다는 비판도 크다. 무엇보다도 예산편성의 투명성을 왜곡시키는 것 중 하나가 토호정치 기득권세력이 직접 도지사나 예산담당관실을 통해 우회예산을 편성하게 하는 것이다.
집행부도 시민사회단체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이런 관행과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자기혁신이 매우 필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도의회 역시 예산혁신의 필요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겉으로는 공익예산이라 포장되지만 뜯어보면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묻지마 증액’예산이 없었겠는가.
연말 도의원실에서 왜 특정 예산이 안 되냐며 공무원을 향해 협박성 고성이 들리던 게 의회단상 아닌가. 오죽하면 이 광경을 목도한 의회 공무원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것이 자기고백이다.
의회의 증액도 순기능은 있다. 취약계층안전망 구축이나 필요한 민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편성이 되지 않는 경우 주민들이 찾는 곳은 도의원실이기도 하다. 도의원들 역시 자기공약이 있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공간도 의회공간이인데 의회에서 증액이나 비목편성을 구태라고 생각하는 도지사의 처사도 심하긴 하다.
제주도와 도의회 두 기관 모두 자기혁신이 없으면 거기서 거기다. 원희룡 도정은 향후 예산혁신을 위해 편성과정에 ‘참여확대예산’을 제시했다. 주민의 참여를 반기는 일로 공감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의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그것이 협치의 정신이다.
도의회 역시 주민들이 예산혁신 참여를 전향적으로 반겨야 한다. 예산혁신의 성공을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 시민들이 참여하는 ‘예산제도혁신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앞으로는 예산편성과 심의과정에서 도민들에게 큰 원성 듣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