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인민들의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고물가를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인민들의 소득을 돕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은행 이자에 대한 개인소득세 징수를 전격 폐지한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예외의 경우이다.
여기에다가 이자는 국제 수준보다 훨씬 높아 한국의 3배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한국 수준의 이자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으니 이러한 면세 혜택과 고율 이자가 그나마 고물가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은행 이자가 형편없이 낮아져서 우울한 한국인들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고 한국은 어찌 방법은 없는지 시비라도 가리고 싶은 심정이 들게도 한다.
중국인들의 수입은 합법적인 백색수입과 뇌물과 같은 명백히 불법인 흑색수입 그리고 경계가 모호한 회색수입으로 구분지어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엄격히 말해 법률적으로는 합법과 불법 2가지만 있지 않겠는가? 중국이야말로 지하경제로부터 추징해낼 수 있는 세원이 무궁무진한 채로 남겨져 있는 나라다. 중국 도시민들의 한 해 저축 총액이 전체 공식 임금의 총량보다 더 많게 통계되는 해도 있었다.
많은 중국인들이 나름대로의 지혜를 발휘해서 살아가는 세상이다.
물가가 소득 수준에 비해 비싼 데에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엄청난 수의 외국기업들이 주는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중국 현지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며 설비의 투자도 그렇지만 파견된 인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투입되는 비용까지를 모두 감안해서 만들어지는 공산품들은 중국 제품에 비해 상당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 개방 30여 년이 경과하면서 일부 저가가전제품 영역이나 식음료나 공예품과 같이 중국 특색을 가진 것들이 아닌 경우의 많은 제품들이 해외 브랜드에게 시장을 잠식당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이 높은 도시들에서 더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래시장들이 도시개발로 사라지는 대신 잘 지어진 건물에는 온갖 해외에서 온 대형 마트들이 들어서며 그 편리함과 쾌적한 환경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중국인들은 어느새 그런 쇼핑 문화에 익숙해져 있으며 가격에도 큰 저항은 없다. 넘쳐 나는 중국 제품의 영향력을 이야기한 ‘중국 물건 없이 한달 살아보기’라는 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적이 있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중국 물건 없이 한 달을 살 수 있을까? 정확하게는 ‘외국 브랜드로만 한 달 살기’일텐데 답은 “살아 볼 수 있다”이다. 생수며 우유에 옷이며 라면에다 신발이며 가전제품과 자동차, 아파트까지 세상의 온갖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내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물가가 쌀 수 없는 또 하나 이유이다.
그런데 비싼 외국 브랜드를 쓰지 않을 수는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만약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들이 일순간 철수해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커피와 라면의 70%가 사라지고 90%의 과일 주스와 50%의 유제품도 사라진다. 특히 의류에 쓰이는 염료의 거의 대부분이 합자기업 생산이라 인민들의 옷은 과거처럼 군복과 같은 청록의 색만 남게 된다. 자동차도 국산 브랜드들만 남게 되고 디지털 제품의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생산되지 않게 되며 비행기수리도 원만치 않게 된다.
그래서 어떤 중국인들은 중국이 이룬 성취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과연 온전히 자신들의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반면 어떤 중국인들은 그것이 어느 나라 기업이든 일단 중국과 합자를 했고 중국 국경 내에 있다면 이 역시 모두 틀림없는 중국 브랜드라고 믿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의 물가는 미국과도 관계가 깊다. 중국인들이 열심히 만든 물건들은 큰 시장 미국에 팔아 달러를 대금으로 받고 이 돈은 중국 정부의 국채 매입을 통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은 찍어내는 달러로 값 싼 중국 제품들을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고 중국은 물건을 팔기 위해 계속 미국 국채를 사야 하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계속해서 싼 물건들을 공급하면서 중국인들은 고물가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무려 1조 수천억 달러가 넘는다. 달러는 넘쳐나지만 미국이 절대로 황금으로 바꿔주지는 않을 테니 자국민들의 해외부동산 투자에 인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국 물가가 예외 없이 오르는 때가 고정적으로 있다. 대개 춘지에 전 오른 물가는 다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춘지에 전 명절 연휴에 필요한 물건들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중국인들의 풍습이기도 한데 이 때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연말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과 맞물려 물가 상승의 적기가 돼 버린 것이다.
일반적인 물가는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 도시민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고물가의 하이라이트는 주택 임차료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덩달아 오르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평균 임차료는 서울시 어느 동네보다도 결코 낮지 않은 수준으로 지방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특히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중국의 지속되는 고물가는 이제 한국 물가 정도는 가볍게 볼 정도의 ‘맷집’도 만들어냈다. 제주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중국인들도 많이 늘었지만 임차를 하는 중국인들도 점점 눈에 띈다.
중국 주택 임차 방식은 한달 치 보증금에 세달치씩 월세를 지불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라 제주의 독특한 연세(年稅·사글세)도 그렇고 거의 연세만큼의 보증금이 있는 방식(전세)도 낯설기는 할 것이다. 가치를 따져 보면 제주시 노형동의 아파트 임차 수준은 베이징과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의 중간 수준 아파트 정도이다.<전 이노션월드와이드 중국본부장>
中의 ‘두 얼굴’…주중엔 소형차에 소형주택·주말엔 고급차에 별장
없던 세금들이 자꾸 생기기도 하는 것이 중국이다. 그 동안 전산화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미뤄졌다는 부동산 보유세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의 급등이 사회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세금으로써 억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오를 만큼 오른 다음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니 서민들로서는 정말 답답한 노릇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민들이 부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그나마 다소 해소될만한 세금 징수가 조만간 시행될 예정으로 있다.
바로 상속세다.
중국에 부자가 많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고 부를 축척하기 시작한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2세 상속이 시작됐는데도 상속세는 없다.
이전에는 대부분이 나라 것이었고 배급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상속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부자들이 많아지면서 시작된 연구와 토론은 훌쩍 10년을 보냈다. 상속할만한 사람들은 미리 다 상속하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입법화 토론만 진행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부동산을 상속하는 경우 토지 사용권 70년은 어찌 상속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자녀가 상속받은 재산을 통해 노인을 부양하는 전통적인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주장도 있어 또 하나 중국의 특색을 엿보게 한다.
사실 세금 부과 여부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규 수입 외 소득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주중에는 직장 동료와 이웃들의 눈을 고려해 소형 자가용을 타고 소형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금요일 오후만 되면 모처에 세워두었던 고급 승용차를 타고 교외의 별장으로 주말을 보내러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