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위기(危機)에 처했다. 당초 8700억원이던 정부 사업비가 3700억원으로 싹둑 잘린데다 주요 사업들도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폭적인 예산 삭감과 사업 축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 KDI는 “다른 과제 사업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일부 컨소시엄의 경우 자체 투자항목을 공공(公共) 편익성 사업비에 반영하고 있는 탓”이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의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자체 예산에 조직까지 갖춘 전국 8개 컨소시엄 100여개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력공사·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이뤄 5개 분야에 사업계획을 냈지만 1개 사업만 타당성이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점 추진하던 전기차와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은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사업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국비(國費) 규모 또한 당초 700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탄소 없는 섬’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구축과 풍력, 전기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던 제주도의 계획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전기차 사업은 이미 시작됐고, ESS 가격은 3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며 “사업 축소와 지방비 추가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돈’이다. 즉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關鍵)으로 등장했다. 새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형 스마트그리드 모델 확산보다 형식만 갖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그야말로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전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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