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건강한 먹거리 제공 위해 친환경 농업 선택”
“고객에 건강한 먹거리 제공 위해 친환경 농업 선택”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5.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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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의 꿈이 영글다
(12)EM제주농장 김명수·오송미 대표
▲ 제품 포장을 하고 있는 EM제주농장 김명수(오른쪽)·오송미 부부. 이들은 한라봉과 감귤, 무농약 감귤 100% 성분을 말려 만든 감귤칩, 고사리 등의 농산물을 직접 가공, 판매하고 있다.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s’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로 유용한 미생물들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효모와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방선균 등 80여 종의 미생물이 들어 있어 악취 제거와 수질정화, 금속과 식품의 산화방지, 남은 음식물 발효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EM 농산물은 생산과정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안전한 농산물을 뜻한다. EM을 이용한 모든 생산물은 항산화 작용이 증가해 여타의 생산물과 구별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째 친환경 ‘고수(固守)’하는 ‘고수(高手)’

맛있는 철학자, 풍요로운 에너지를 디자인하는 농부, 100년을 지속가능하고 품격 있는 농업을 찾고 싶은 농부, 까르륵 웃음이 터지는 농장의 팜 라이프 디자이너.

농촌에서 나이에 맞는 삶을 설계하고 후견인의 몫을 하고 싶다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15년째 EM을 활용한 친환경 농업을 소재로 다양한 6차 농업을 추구하는 EM제주농장 김명수(48)·오송미(45) 부부.

김명수·오송미 부부는 노지감귤 2000평과 한라봉 시설 하우스 500평 등지에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EM, 유용한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다.

또 이들은 한라봉과 감귤, 무농약 감귤 100% 성분을 말려 만든 감귤칩, 고사리 등의 농산물을 직접 가공, 판매도 한다.

이를 통해 이들이 한해 거둬들이는 조수입은 약 2억원 정도.

김명수 대표는 “EM을 활용한 친환경 농업은 효모 등 미생물을 이용해 병해충을 예방하는 영농법을 통해 살아 숨 쉬는 땅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농가의 역할 중 하나가 고객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 농업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친환경 농업은 돈을 벌려고 했다면 선택하지 않았고 농사도 짓지 않았다. 경제적인 것만 원했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며 “저희가 내건 모토가 있다. 풍요로운 에너지를 디자인하는 농부다. 구호도 있다. ‘농부처럼 일하고 철학자처럼 생각하며 아이처럼 까르르 웃는 맛있는 철학자’.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어 “가공은 판로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농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노지 재배에서 시설 재배로 변경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 김명수 대표가 EM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제품을 내보이고 있다.

▲초창기 생산·판매 문제 당면 ‘적자’

서귀포시 동홍동 출신인 김명수 대표는 뭍에서 대기업 계열사를 다니던 인재였다. 그런 그가 돌연, 고향인 제주로 내려왔다. 내려온 제주에서 교사로 지내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부인인 오송미씨와 결혼을 했고 친환경 농업도 시작했다. 그게 2000년이다.

김명수 대표는 “대기업 계열 회사도 다녔고 교사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EM이라는 것을 접했다”며 “EM 생활연구회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귀농한 김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전 재산을 털어 밭을 샀다. 단 1평의 땅도 없었기 때문이다. 농장 규모는 2000평 정도. 임대도 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자연 그대로 재배를 했다.

건강한 농산물을 키우기 위해 생선과 야생초, 바닷물 등을 발효시켜서 유용한 미생물을 만들어 과수원에 뿌렸다. 태양의 에너지를 많이 받으라고 가지치기도 하고, 타이벡도 깔았다.

일반 감귤 과수원처럼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병충해 방제도 한, 두 번에 끝날 것을 두 번, 세 번, 열 번도 했다. 그래도 사명감에 묵묵히 했다.

당도와 비타민C의 함량을 높여 고품질의 맛있는 귤을 생산하면 모두 팔려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그저 꿈에 불과했다.

못난 귤을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다. 구매하러 온 이들마다 맛이 좋다고 했지만 사가지 않았다. 친환경 감귤을 만들어냈지만 소비가 안 됐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부터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이 돈이 안 됐다. 매일 매일 힘들다”며 “문제는 경제적인 것을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다. 지나고 보면 힘든 것이 아니지만”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돈이 100이 들어가면 돌아오는 것은 30~40도 안됐다”며 “친환경 판로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송미 대표도 “친환경 농업 재배도 힘들었지만 판로가 없으니 당연히 보관만하다가 썩어서 버리기도 했다”며 “소농이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 대표는 “그렇게 5년이 지났는데 더 힘들게 됐다. 막연하게 농사만 지으면 돈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입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곤란했다”며 “친환경 농업은 한 해가 잘 열리면 한 해는 잘 안 열린다. 그런데 농작물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똑같은 노력과 돈이 들어가는 데 판로가 없어 계속 돈만 들어갔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EM 제주농장 업그레이드의 꿈

김명수·오송미 부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친환경 감귤 판로가 없어 농산물 직거래장을 만들었고, 가공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친환경 농법이나 판로 구축 등 부족한 게 많고 수입도 들쑥날쑥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꿈은 농민이 주주가 되고 중심이 되는 법인체를 만들어 농업을 소재로 한 다양한 6차 농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 꿈을 도와주는 사람들과 함께 정년퇴임이 없는 직장(공동체), 유능한 젊은이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직장(공동체) 속에서 농업인들이 성장할 수 있게 농업 생산만이 아닌 컨설팅과 문화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고품질의 농산물과 가공식품, 서비스를 제공해 감동을 주는 것을 지향한다.

이것이 바로 ‘EM제주농장’에서 한 단계 도약한 농업회사 법인 ‘(주)태반의 땅 제주’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2010년 12월 다양한 직종의 사람 30여 명 남짓, 모았다. 새로운 도전, 꿈을 위한 출항에 나섰다.

김 대표는 “태반의 땅 제주는 농업인과 도시인들이 만남의 장이 되고 서로의 휴식과 변화의 장이 되도록 소통의 공간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사를 짓는 것을 보니 동네 어르신들은 평생을 죽도록 일만한다. 젊어서 돈을 벌어 밭도 많이 샀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그들의 자식이 농사를 하지 않으면 나이 든 노부모가 또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농촌의 삶이 과연 괜찮은 삶인지에 고민을 했다. 우리 세대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농업이 진짜 괜찮은 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농업에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이라며 “가공도 입히고 예술도 입히고, 체험도 입히고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 힘든 일은 젊은이들이 도와주기도 하고, 그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그렇게 해야 전 세대가 그 안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그들은 18일 오후 7시 (주)태반의 땅 제주에서 삶의 꿈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등 정기 모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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