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안수역은 해양생태계 중에서도 특히 생산성이 높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육상에서 생활하는 우리 인간에게는 어업·양식 또는 레저 공간으로서 아주 가깝게 이용되고 있는 구역이다.
이러한 연안수역에 형성되는 초원이나 삼림과 같은 군락을 바다숲 또는 해중림(海中林)이라고 한다. 형성하는 것은 해조(海藻)나 해초(海草)라고 불리어지는 바다 식물이다. 해조나 해초는 망그로브(mangrove)·염생습지 식물 또는 바다에 떠도는 식물 플랑크톤과 함께 연안수역의 1차 생산을 책임지고 있으며, 해저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 내 많은 수산동물의 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서점에는 아름다운 해양생물의 사진을 게재한 도감이나 가이드북이 다수 늘어서 있지만 그 대부분은 해양동물에 관한 책으로 해양식물이나 해중림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은 드물다. 반면 같은 식물일지라도 육상식물 코너에서는 나무나 화초에 관한 책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바다식물은 해양동물이나 육상식물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이 낮고 지식도 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이해되거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생산자인 식물은 태양의 광(光) 에너지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게 되고,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를 거둬 들이면서 자생하게 된다. 바다식물인 해조나 해초로 구성된 해중림은 수산자원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해중림은 연안수역에서 1차 생산지로 해양동물의 산란장이며, 어린 시기를 이곳에서 보내면서 자라게 하는 육성장이기도 하다. 또한 제주 해녀의 주 소득원인 전복·소라·성게는 해조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톳을 비롯, 우뭇가사리와 미역·감태는 예부터 식료와 공업원료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식 붐으로 이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을 활용한 기능성 물질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양환경이 변하면서 해중림이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감소요인으로는 수온상승 등 자연적인 현상도 작용하겠지만 주된 요인은 인위적인 개발행위에 의한 연안역 잠식과 육상으로부터의 담수나 토사의 대량 유입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연안개발이 진행되면서 호안공사와 매립 등에 의해 많은 해중림이 사라졌다. 그 해역에는 파래류와 같은 특정의 해조가 이상 번식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악 영향을 주고 있다.
해중림의 대부분은 육상에서 거의 볼 수 없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바다 속에 있다. 해조의 분류학적 연구도 미흡하고, 지금도 제주해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많은 종의 해조에 대한 생태 규명이 밝혀져 있지 않다.
해중림 연구도 우리와 비슷한 해양환경에 처해 있는 일본에 비해 시설도 열악하고 전문 인력도 너무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해중림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일반인들의 인식 또는 보전대책이 육상에 비해 너무나 뒤져 있다.
바다는 넓고 거대하기에 조금 정도는 인간의 사정에 따라 연안을 파괴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중림역은 보통 육상에서 1㎞이내의 곳으로 육상의 식생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협소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육상의 삼림과 달리 한번 파괴된 바다속 해중림을 회복하기는 물리·화학·생물학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너무 어렵다. 따라서 해중림을 보전하기 위해 우선 과도한 연안개발을 규제해 미래의 바다를 우리들 손으로 풍요롭고 아름답게 지킬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류의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