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를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서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달 15일 오전 9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의 한 홀몸노인 가정. 이른 아침부터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회장 김경빈)이 도내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봉사 활동을 펼치는 날이었다.
해당 가정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혼자 사는 곳으로, 오래된 주택이다 보니 주거 환경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회원들은 출입문과 방충망 교체는 물론 화장실 전등을 갈아 끼우는 등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회원들의 손놀림은 능숙했고, 지저분했던 집은 깔끔하게 수리됐다. 집수리 봉사 활동을 마친 회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깨끗해진 집을 보면서 어르신도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르신은 “생활 형편이 어려워 출입문·방충망 교체는 꿈도 못 꿨는데 이웃들이 신경써줘서 너무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봉사를 마치고 땀을 닦아 내던 한 회원은 “깨끗해진 집을 보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것 같다”며 “어르신께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실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어우렁더우렁’이라는 우리말에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럿이 함께할 때 기쁨이 배가 되고 더 재미도 있기 마련이다.
봉사도 그렇다. 여럿이 함께할 때 더욱 효과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데다 나눔의 기쁨도 크게 느낄 수 있다.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가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1년 9월에 결성된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는 집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봉사 단체다. 집수리 관련 기술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 현재 2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기·도배·보일러 등 저마다의 전문 기술을 가진 회원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들의 손을 거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저분했던 집은 새 집으로 재탄생한다.
회원들은 도내 소외계층을 위한 집수리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면서 주거 환경 개선은 물론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는 등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김경빈 회장은 “회원들의 직업이 자영업, 회사원, 주부 등 다양하다”며 “특히 자영업을 하는 회원 가운데 전문 기술자들이 많아 각자의 기술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원들은 주로 제주시 화북동에서 집수리 봉사 활동을 펴고 있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단다. 저소득층 가구를 방문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는 게 이들의 일이다.
수리한 집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도움을 요청해오는 일도 잦아졌다.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는 물론 제주시자원봉사협의회 등에서 봉사 요청이 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달려나간다.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저소득 소외계층 가구의 보일러를 고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이 분야의 전문가인 김경빈 회장 혼자 수리 봉사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집수리 봉사 활동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은 음료수 등을 대접하는 등 연신 고마움을 표시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찡해진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회원들은 매월 5000원씩 회비를 모아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자재를 지원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 또한 봉사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공신이다.
각 회원이 ‘5000원’이라는 돈을 내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공유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집을 수리해주는 봉사를 통한 재능 기부인 셈이다.
이처럼 회원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생업으로 삼고 있는 기술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쓸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꾼다. 조금씩 바꿔나가면 분명히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이 봉사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빈 회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어려운 가정을 찾아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할 것”이라며 “회원들이 가진 기술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홍연희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구호복지팀 과장은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원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 기부를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제주적십자사의 대표적인 집수리 전문 봉사 단체”라며 “회원들이 정성과 노력으로 새로운 보금자리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웃들의 아픔은 사라지고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그러면서 “언제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초심 그대로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봉사를 실천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곳곳에서 봉사의 행복과 소중함을 도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봉사 단체로 활발히 활동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사람의 작은 손길 이웃 마음 열어”
김경빈 화북어우렁적십자봉사회장은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격려하다 보면 그 속에서 위안과 힘을 얻게 된다”며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봉사의 의미를 정의했다.
김 회장은 “봉사를 통해 서로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만큼 자신을 위한 것이 진정한 봉사”라며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들이 봉사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어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이웃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며 “봉사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