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제주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운영이 어려워진 기념품 업체 3곳이 잠정적으로 휴업했고, 공연 관광지 일부가 비정규직 직원을 해고했다고 한다.
또 중국인 대상 여행사 8곳은 그동안 관광객 안내에 나섰던 통역가이드의 40%를 철수하도록 했고 운영자금 절감을 위해 일부 직원 대상으로 무급 휴가를 실시한 데 이어 휴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대상 여행사 6곳·관광호텔 9곳·리조트 9곳·일반숙박업소 6곳·외식업소 5곳·기념품업소 7곳 등 42곳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세버스업계도 타격이 극심하다. 영업은 유지하지만 예약이 끊기면서 차량 보험료와 각종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번호판을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르스 이후인 6월 들어 전세버스 가동율이 35% 미만으로 급락하더니 최근엔 5%대로 급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대 관광성수기인 7월과 8월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세버스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세버스업체의 경우 상당수 차량에 대해 6개월간 운행을 중지하겠다며 휴지신청을 냈다. 7월과 8월 예약이 대부분 취소된 업체를 중심으로 이번 달 말에 들어서면 휴지신청 대수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메르스 확산 사태 이후 제주를 찾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중국관광객들이 제주를 포함한 한국 방문을 꺼리면서 15개 항공사가 26개 도시·36개 노선에 대해 운항정지에 들어간 영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제주도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피해 대상 및 업체에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긴급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행정에서의 지원이 일선의 관광종사자들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전세버스업계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관광진흥기금을 활용해 도가 제시하고 있는 전세버스 정책은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체에 공문을 보내 노후차량을 교체하는데 따른 비용은 1대당 8000만원 한도로 융자지원하겠다는 게 전부다. 전세버스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운영자금과 차량 구입에 따른 할부금 등 융자·보조금 지원책 등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매해 분기별 또는 상·하반기로 나눠 융자 지원되던 관광진흥기금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희룡 지사가 메르스 극복방안으로 표방하고 있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침과는 실제 현장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현재 제주도내 전세버스는 주사무소를 제주에 둔 53개 업체의 2143대, 다른 지역에 주사무소를 둔 5개 영업소 156대 등 모두 58개 업체에서 2299대가 운행 중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은 2500명이 넘고, 가족을 포함하면 1만명 이상이 된다. 이들의 생계가 막막한 게 현실인데, 행정에서 이들에 대한 현실성 있는 지원계획이 없다는 게 문제인 셈이다.
우선 전세버스 사업자와 운송 종사자, 행정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정책에 반영돼 시의적절한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특정국가에 치우친 관광객 유치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제주관광공사를 중심으로 유관 기관·단체, 업계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만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 문화,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가 전천후 국제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건강성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