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전 도내 가정주부들은 문밖에 쓰레기를 내놓음으로써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밤사이 고양이나 개들에 의해 쓰레기 봉지가 훼손, 음식물 쓰레기 등이 도로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기도 했다. 새로운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려는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곤 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는 2005년 쓰레기 수거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전국 최초로 클린하우스를 설치, 종전 문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에서 집 근처에 설치된 클린하우스에 내놓으면 수거해가는 거점수거 방식으로 전환했다.
아침 출근길에 쓰레기를 밟는 일이 없어졌다. 쓰레기 수거시간도 단축, 한정된 청소인력과 장비로도 부족함 없이 청소가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와 같은 성과는 전국 우수사례로 꼽혀 전국에서 제주도의 청소행정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1980년대 “뉴욕에 가면 지하철을 타지마라”는 말이 있을 만큼 뉴욕 범죄의 90% 이상이 지하철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범죄를 줄이기 위해 뉴욕시가 시행한 정책은 범죄소탕작전이 아니라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무임승차를 단속하는 아주 사소한 정책이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의 대표적 사례다. 평상시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들도 누군가가 사소한 규칙을 어기면 그런 행동을 따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국의 모범사례였던 클린하우스가 지금은 도심 차량과 보행자의 소통을 방해하고 인근지역을 더럽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종이박스류는 펼쳐서 배출해야 하는데도 사각형 원형 그대로 배출하고, 재활용품으로 분리 배출돼야 할 물건을 소각용으로 배출하는 등 ‘깨어진 유리창 사례’가 제주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비양심적인’ 행태의 확산 때문이다.
도는 깨끗한 클린하우스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종이박스류 ㎏당 20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당 25% 오른 80원이 지급됨으로써 박스류 수거가 활성화, 한층 깨끗해졌다는 평가다. 쓰레기로 수거되는 양도 31%나 감소했다.
생활쓰레기가 집중 배출되는 야간 시간대에 클린하우스를 정리하는 한편 불법 쓰레기를 배출 방지를 위해 지역 자생단체와 협조, 클린하우스 청결지키미 시범사업도 시행중이다. 청정제주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5월에는 ‘생활쓰레기 처리체계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2013년 기준 도민 1인당 1일 쓰레기 배출량은 1.35㎏으로 전국 평균 0.95㎏보다 43.6%나 많다. 반면 재활용률은 전국 평균 59%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2018년까지 쓰레기 배출량 4% 감축과 재활용률 59% 달성(현재 52.4%)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3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구좌읍 동복리에 조성되는 환경자원순환센터에 2750억원, 청소차량 보강에 259억원 등으로 생활쓰레기 처리시설 기반을 개선한다.
예산을 활용한 생활쓰레기 처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도민의식의 개선이 중요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기존의 매립장들은 사용 계획기간을 채우지 못할 형편이다. 색달매립장의 경우 당초 2034년에서 15년이나 단축된 2019년까지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관측이다.
무분별한 배출 때문이다. 시설이나 장비를 보강하는 것보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유네스코(UNESCO)지정 자연환경분야 3관왕의 천혜의 아름다운 섬 제주다.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주인의 자격’으로 아름다운 섬 지키기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조냥정신’으로 쓰레기 배출량 감축에 노력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