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회계 처벌관행에 상반…관심
기업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주주 등에게 손해를 끼쳤더라도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비정상적 회계처리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손해가 주주 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일반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상급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허근녕 부장판사)는 SK건설이 협력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업체와 짜고 5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씨가 적법하게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더라도 협력사와의 사이에 과다 계상된 공사대금을 반환키로 약정하고 업체에 공사대금을 주면서 과다계상 금액을 반환받아 회사에 입금한 사실만으로는 협력사에 이익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식적인 회사 장부상에만 내역을 기재하지 않았을 뿐 회사가 이를 보유·관리해 오면서 영업 등을 위한 지출비용으로 사용해온 이상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해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SK건설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협력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1998년 3월부터1999년 12월까지 실제 공사대금보다 부풀려진 금액을 지급한 뒤 과다계상 된 만큼의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5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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