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제주매일 창간 16주년을 맞아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 1년의 소회를 밝히며 학교 현장을 교육 본연의 활동이 이뤄지는 ‘교육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육감은 취임 2년차 정책의 중점을 고교체제 개편에 두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 취임 1년. 가장 아쉬웠던 점과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문화에서 배려하는 교육문화로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 1년간 학교 현장을 수업과 상담 등 교육본연의 활동이 이뤄지는 ‘교육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은학교의 희망을 만드는 데에도 성과를 거뒀다.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를 도입해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들이 협력해 학교를 발전시키고 있다.
누리과정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예산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되면서 초중등 교육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현행 교육제도 중 취임 전후 시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취임하고 보니 제주교육의 근본문제들이 기존의 교육문화와 연계돼 있었다. 그래서 제도를 서둘러 만들기보다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데 전력하고 있다.
도민들께서는 교육이 빠르게 변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제도에 비해 문화를 바꾸기가 어렵다. 도민 및 교육가족과 소통, 공감하며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비록 속도가 더뎌보여도 믿음과 관심으로 제주교육을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
▲ 중학교군 개편, 고교체제 개편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용역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용역 결과와 관련해 ‘내용이 두루뭉술하다’는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는 근거자료라고 판단하고 있다.
용역 기간 학부모•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학교군 조정 및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와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용역결과 발표 이후에도 연구진과 의견수렴 및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부가 교원 감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교원 감축은 교육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라고 여겨진다.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제주는 5~10년 이내에 학급 당 학생 수가 평균 20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황이 그대로 가면 초등학교 통폐합을 넘어 고등학교 통폐합까지 우려된다.
학급 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국제학교 수준의 교육환경이 마련된다. 여기에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좋은 자연환경과 학교시설, 경쟁력 높은 교사들이 있다. 현 상황을 교육의 전체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
교원 감축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교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교육활동을 펼치면서,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 학생·교사 등과 공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확은.
교육행정이 일반행정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 요구 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인식 속에 당선인 때부터 다양한 교육주체들을 만났고, 지금도 현장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 임기 내에 도내 모든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및 행정의 이해도가 현장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것도 중요한 수확이다.
▲ 교원 업무 경감을 약속했지만 신규 사업 등으로 업무량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교원들의 과도한 업무는 기존 제주교육 문화를 표상하는 것이었다. 학교 업무 감축은 ‘학교 문화 변화 과정’으로 봐야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안임을 이해해 달라.
정기적으로 학교 공문서 유통량을 분석하면서 교원 업무 감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청은 교육부 평가에 몰두해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을 하기보다 업무를 덜어내고,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행정에 주력하고 있다.
▲ 혁신학교가 소규모 학교, 초등학교 위주로 지정되고 있는데 큰 학교나 중·고등학교 과정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인가.
혁신학교는 배움 중심의 학교문화를 정착해 교육 주체의 만족도를 높이는 목적이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펼치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핵심역량도 키우고 있다.
추구하는 목적으로 비춰 큰 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도 운영 가능한 학교다. 실제 타 지역에서는 작은학교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학교, 중•고등학교에서도 성공 운영 사례를 볼 수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다혼디배움학교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중•고등학교까지 확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 상황 및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규모 및 급별에 구분없이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입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 추진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에 써야 할 예산을 누리과정에 부담하게 되면서 주요 교육정책 추진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국가차원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 구조상으로는 예산부담이 불가하다. 특히 지방채 발행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어린이집 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있는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 전국 교육감들과 함께 정부와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 향후 추진할 역점 사업과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면서, 주요 추진 정책의 기치를 ‘고입(苦入)에서 고입(高入)으로’로 정했다. 그동안 제주교육은 아이의 꿈과 끼, 건강을 소진하는, 말 그대로 어려운 ‘고입(苦入)’을 해왔다. 앞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아이를 살리는 고입(高入)으로 전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우선 도민들이 합의하는 고교체제 개편안을 올해 내에 수립하겠다. 신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여중‧고교 신설 요구에도 적극 대응하겠다. 학교 신설과 더불어 제주시 여중‧고교를 비롯한 고등학교의 이전 재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과 다각적으로 논의하면서 가능여부를 검토하겠다.
더불어 읍면 고등학교 및 특성화고의 희망을 더욱 키우겠다. 고교체제 개편 과정으로 이뤄지는 국립 해사고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사회구조의 변화, 지역주민의 요구 등이 반영된 지역특성에 맞는 ‘제주형 마이스터고’설립 등도 다각적으로 추진하겠다.
대담=김철웅 편집국장
정리=박미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