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선호 현상 주원인
“대리운전 기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지난 28일 새벽 12시 제주시 연동의 한 식당 주차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은 뒤 귀가하려던 윤모(57·한림읍)씨는 1시간이 넘도록 대리운전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윤씨의 휴대전화에는 “잠시 배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만 10분 단위로 한 번씩 전송됐다.
윤씨는 답답한 마음에 다른 대리운전 회사에도 배차를 요청해봤지만 “주말이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는 답변에 포기했다.
결국 윤씨는 차를 그대로 세워둔 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윤씨는 “같은 회사에서 불렀는데도, 제주시내 사는 친구는 벌써 배차가 됐는데 나는 1시간째 대기 중”이라며 “외각지역이라고 일부러 배차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경우 더 지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읍 거주 박모(25·여)씨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오가는 전문 대리운전 회사가 있지만, 정작 배차를 요청할 경우 30~40분은 기다려야 한다”며 “비가오거나 눈이 오는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배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운전기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목적지 공개’를 이유로 들고 있다.
목적지 공개란 대리운전 회사에서 기사들에게 출발지와 도착지를 공개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을 말한다.
일부 대리운전 기사들이 도심지 등 선호지역에 쏠리면서 읍·면지역 등 비 선호 지역의 배차가 상대적으로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S대리운전 회사 관계자는 “배차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항의 전화가 쏟아져 회사로서도 난감한 입장”이라며 “장시간 대기 중인 차량에 중요도를 표시, 해당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균형적인 배차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