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 제주매일
  • 승인 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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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규 제주시 노형동주민센터

여름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내린다’ 바로 그것이다. 내리고 또 내린다.

여름비로 인해 말라붙었던 농토의 식물들은 기력을 되찾고 농민들은 얼굴에서 가뭄으로 깊게 파인 일상의 고랑을 걷어낸다. 그래서 여름비는 시원하다.

그렇지만 여름비는 왕왕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가뿐히 넘고 만다. 지루한 장맛비에 하수구가 역류하고 천장에서는 물이세고 높은 습도로 인해 일상에 짜증이 덧씌워진다. 여름비의 매서운 이면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름비에 대한 안 좋은 평판은 당사자에게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여름비의 지나침과 우리의 부주의함으로 만들어 놓은 사단이기 때문이다.

여름비의 오명을 벗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 상세한 면면은 이러하다.

하나, 여름이 오기 전 강수에 취약한 배수구·하수구·건물외벽·전기시설 등을 점검해야 한다.

둘, 낙뢰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우산보다는 우비를 챙기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셋, 평소에 신문지를 꼼꼼히 모아둬 습기의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넷, 장마철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잠시 접어두고 일기예보에 집중해야 하겠다.

쓸데없는 걱정을 지칭할 때 우리는 종종 기우라는 말을 쓴다. 그렇다면 기우제는 비를 많이 내려 집이 떠내려가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성심을 다해 바라는 행위는 아닐까? 물론 말장난 이지만 나는 이 황당무계한 논리를 근거로 장맛비에게 무죄를 선언하고 싶다. 하지만 여러분은 내 말장난에 동조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앞에서 제시한 작은 습관들을 생활화 해본 후 여름비 사건에 대한 공동 변론을 맡아줄 지 아니면 묵인으로 유죄를 인정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 주기만 하면 된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시원한 여름날의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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