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이 되기 위해 중앙경찰학교 신임순경 교육을 받으러 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20여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중앙경찰학교의 정문으로 들어서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맨 처음 보이는 문구가 있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그 당시 이 문구를 보면서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한동안 가만히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믿음 앞에는 희생이 따르며 희생의 전제조건 속에는 항상 청렴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느끼며 지금까지 공직생활에 임하고 있다.
‘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공직자로서 평소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올바르고 청렴하게’로 시작하는 청렴 서약서가 책상위에 놓여 져 있다. 시간이 가도 색 바랜 약속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청렴 서약이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철종 때 탐관오리를 처벌하던 ‘팽형’이 있다. ‘팽형’은 끓는 물에 사람을 담가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죽이지는 않고 미지근하게 끓고 있는 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후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팽형’을 언도받은 자는 두 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자결이고 하나는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자결을 선택한 사람은 이후에도 복권이 가능하나 팽형을 선택한 사람은 자식을 족보에 올릴 수도 없으며 나중에 억울함이 밝혀져도 복권되지 못한다.
공무원의 청렴은 사회 청렴의 척도가 된다. 공무원의 청렴은 그 사회에서 갖는 무한 책임인 것이다. 책상위의 청렴 서약은 나와의 서약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의 명예로운 서약이 되는 것이다. 서약을 지켜야 할지 말지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공직자로서 명예의 영원한 죽음을 택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