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괴리된 대통령의 인식과 고집
현실과 괴리된 대통령의 인식과 고집
  • 제주매일
  • 승인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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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違憲) 논란이 빚어진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같은 결정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정치권이 격랑(激浪)에 휩싸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민생법안 지연 및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연계법안 처리행태’를 지적하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정부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이른바 시행령 등 행정입법마저도 국회가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국회의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사실상 퇴진을 요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여당이 과반수를 갖고도 어쩌지 못하는 ‘식물국회’의 주된 원인이 ‘국회선진화법’임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과시킨 핵심 주역이 바로 박 대통령이다. 이제와서 모든 책임을 원내대표에게 전가하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대다수의 민심은 거부권 행사로 또 다른 정쟁(政爭)을 낳지 말고 위헌 여부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길 원했다. 대신 대통령은 메르스나 가뭄, 난관에 처한 경제문제 해결에 전력하길 기대했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원칙’을 고집스레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같은 초강수(超强手)가 승부수, 혹은 무리수가 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국회를 무시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경제실정 등 정부의 무능(無能)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후안무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 국민들은 메르스와 가뭄, 경제난 등 삼중고(三重苦)에 정치권의 지겨운 싸움판마저 지켜봐야 하는 서글픈 처지가 됐다. 이 나라에서 포용과 화합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가당찮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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