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문 교육감 체제가 들어 선 지 1년이 되고 있다. 제주교육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변화들을 경험하고 있다. 등교시간 조정, 고교체제개편 문제, 대학입학지원관제도 도입, 정신건강증진센터 전문의 도입, 농·어촌 학교 활성화 정책 등이 그렇다.
우리 기성세대는 ‘변화’에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실패에 대한 우려로 변화를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에 대한 거부는 현재 누리고 있는 이익에 어떤 위협이나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우려에 의해, 아니면 체제를 유지해 온 기득권층의 조직적인 대응으로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조직이 경직돼 관련 정책에 대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될 수도 있다.
“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문구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제주교육이 경쟁력을 갖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미래학자인 UN미래포럼의 제롬 글렌(Jerome Glenn) 회장이 몇 년 전 한국 학생들을 위한 강연에서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비전 없이 공부만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앞으로 그들 세대에 가서 없어지게 될 직업이나 직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듯하다”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이석문 교육감이 추구하는 모든 변화의 방향이 잘 설정됐고 그 결과가 다 좋을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기에 그 판단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이대로’의 안온함에 빠져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만 급급해 한다면, 그것은 표면적으로만 교육 경쟁력을 외치고 ‘세계시민’ 운운할 뿐, 실제로는 기성세대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제체개편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간의 고교체제개편 연구용역 과정을 미리 살펴보면, 예산도 충분치 못했고 연구 인력이나 연구 기간도 부족하기에 그 결과물은 상당히 미흡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5년이 되고, 특별자치도가 설치된 지도 10년 가까이 되는 동안 제주교육이 가지고 있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그간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앞서 제롬 글렌 회장의 강연 요지를 언급했지만 우리의 미래를 조망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좋은 대학만을 고집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로를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려는 의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 체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노력은 이미 논의선상에 올라와야 했던 것이다. 대학 진학 혹은 취업에 대한 선택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아이들을 추계하는 작업을 넘어, 아이들이 취업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의 직업군을 분석해 학교 현장과 연계시킴으로써 기존의 학과들을 폐지·개편·신설하는 등의 총체적인 재편 노력들이 진즉에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행위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야 한다. 미래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또한 잘못한다면 대단한 낭패를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제주교육을 위한 미래를 예측하고 조망하는 일에는 여러 영역의 전문가와 다각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문 교육감의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