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제주 산림의 경제적 가치
‘기후변화 대응’ 제주 산림의 경제적 가치
  • 제주매일
  • 승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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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장

자연생태계는 인간을 포함해 생물체와 무생물체들 간의 상호 메커니즘에 기초해, 한 부문에 변동이 일어나면 다른 부문들이 연쇄적으로 변동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자기조절체계(self-regulating system)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자기조절체계를 다른 말로 생태체계(ecosystem)라고도 한다.

생태체계 속에서 동식물들은 공생·경쟁·먹이사슬 등 복잡한 상호 과정 속에서 각자의 존재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생태체계에서 3차 소비자(잡식동물)로 존재하면서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 관계 속에 있다.

수렵채취시대와 농업사회 때 인간의 삶의 양식은 생태체계에 적응적이었다. 반면 물질적으로 가난했고, 생활의 편리성도 낮았다.

18세기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물질적 풍요성과 생활의 편리성이 증대됐다. 풍요성과 편리성의 증대는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추출하고, 추출한 자원을 재화와 용역으로 생산·유통·소비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배출시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즉, 자연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이다. 자연의 이러한 희생이 환경문제로 대두됐고, 오늘날 환경문제는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심각하다.

환경문제들 가운데 기후변화가 최상위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피해의 범위가 전 지구적이고, 피해의 시간이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인간의 노력에 기초한(human-endeavored)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에 기초한(nature-based) 대응이다. 에너지 사용량 감축·에너지 효율성 증대·신재생에너지 공급 등이 전자에 해당하고, 산림조성을 통한 CO2 흡수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계획하고 있는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의 총 소요예산은 1040억원이다. 필자가 분석해 보니 이들이 모두 계획대로 공급될 때 CO2(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연간 약 23만t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CO2 1t 감축에 46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그러면 제주도의 산림이 CO2 흡수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으로써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산림의 CO2 흡수량은 나무의 종류와 나무의 나이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UN에 의하면 전체 지구를 대상으로 할 때 산림 1㏊ 당 CO2 흡수량은 연간 7t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산림 1㏊당 연간 CO2 흡수량은 5.9t이다. 한국의 ‘CO2 원단위’ 즉 재화나 용역을 100만원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CO2양은 0.49925t이다. 제주도의 산림면적은 8만9002㏊다. 따라서 제주도 산림의 연간 CO2 흡수양은 52만5111.8t(5.9t×8만9002㏊)이다. 이것을 CO2 원단위에 대입하면(52만5111.8t÷0.49925t×100만원) 기후변화대응 차원에서 제주도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1조 518억원이다.

추가적인 분석결과 제주도 산림은 기후변화대응의 경제적 가치 이외에 수자원 함양·경관·휴양, 토사유출 및 산사태 방지, 종다양성 보존·야생동물 보호·힐링 등의 경제적 가치는 천문학적이었다. 수자원 함양만 하더라도 9633억원의 가치가 있고 휴양 6978억원·토사유출 방지 6769억원·종다양성 보존 2500억원·야생동물 보호 1146억원 등이다.

자연자원으로서 제주도 산림이 가지는 이러한 경제적 가치들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투자한 1040억원이 유발하는 CO2 감축 효과와 비교해 보면 인간의 노력에 기초한 기후변화대응보다 자연에 기초한 대응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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