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죠”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죠”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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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미디어제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6>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에서 배우다
▲ 조현초 5학년 학생들의 수업 장면.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는 무엇이며, 학생은 그 속에서 어떤 걸 배워야 할까. 그에 대한 문답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교육방송(EBS)이 2012년 3부작으로 내보낸 ‘학교 300일간의 기록’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급별로 1개 학교를 골라 300일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변화를 추적한 프로그램이었다.

 

■‘내부형 공모 교장’으로 변화·시작

초등학교로는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조현초등학교가 소개됐다. 조현초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라는 주제로 등장했다. 폐교에서 찾고 싶은 학교로 변신한 조현초의 모습이 방송을 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현초의 달라진 모습엔 무엇보다 교직원의 헌신이 있었다. 2007년, 교장 자격증이 없는 이중현 교장이 내부형 교장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되면서 학교의 모습은 완전 달라진다. EBS 프로그램은 이중현 교장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중현 교장이 떠나는 장면에서는 서로를 보내기 싫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제작진은 방송을 내보내면서 “학교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옆에서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학교의 역할”이라고 했다.

조현초 교직원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배려하는가는 학생 수 증가로 교실이 부족해지자 교장실을 학생들에게 내어준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1일 조현초를 방문한 기자는, 교장실이 학교 뒤편 콘테이너 박스에 마련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연을 묻자 최영식 교장은 “학생수가 늘어서”라고 짧게 답했다.

최영식 교장은 앞선 이중현 교장과 마찬가지로 내부형 공모로 교장 자리에 올랐다. 조현초에서 4년을 생활했고, 올해가 공모 교장 4년째다. 8년간 이 학교에 머문 셈이다. 그 속에 혁신학교로서 조현초가 생존이 가능했던 하나의 답이 제시된다. 바로 교사들이 자주 이동을 하지 않고 한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의 전문성 키우는 ‘학년전담제’ 시행

교사들이 학교에 오래 머물면 아무래도 책임감과 소속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현초에서는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여기에 2년 유예를 얻어 7년까지 가능하다. 교단에 첫 발을 디딘 교사 가운데 5년째 이 학교에 머물고 있는 이들도 있다. 다만 최영식 교장은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기에 8년째 이 학교에 몸담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때문에 조현초만 가능한 제도가 생겨났다. 바로 학년전담제다. 한 교사가 3년 이상 같은 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맡기는 시스템이다. 학년전담제의 이유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다. 학년을 전담함으로써 교육 과정을 수정하고, 교과별 수업 모델 적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학년전담제는 교과 과정을 어떻게 지역과 연계시키고, 특성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도 얻게 한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학년전담제를 꿈꾸지 못한다. 한 학교에 짧게는 2년, 길어야 4년이다. 특히 섬 지역은 더 머물고 싶어도 2년까지로 한정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조현초는 한참 공사중이었다. 2003년 95명 6학급으로 소규모학교 살리기 지원대상이었던 조현초는 2010년 8학급으로 성장하고, 현재는 16학급 354명을 둔 학교로 급격히 커졌다.

 

▲ 조현초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교사의 수업을 평가한다. 수업평가지는 매년 내놓는 평가보고서에 반영된다.

■교사·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곳

조현초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조현초는 매년 ‘학교 자체평가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한다. 교사인 경우 만족도(1~5점이며, 최고 5점)는 각 항목 가운데 4~5점을 답하는 교사가 대부분이다. 조현초의 지난해 학교 자체평가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학교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설문엔 19명의 교사 가운데 10명이 5점이었고, 4점에 점수를 준 교사는 8명이었다. 단 1명의 교사만 2점이었다.

다른 교육주체는 어떨까. 조현초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설문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은 ▲매우 그렇다 ▲그런 편이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5개 가운데 하나의 답을 요구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현초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느냐’는 설문에 54%가 ‘매우 그렇다’, 29%는 ‘그런 편이다’고 답했다. 83%의 학생들이 조현초에 다니는 걸 즐거워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3%)’와 ‘전혀 그렇지 않다(1%)’는 4%에 지나지 않았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도 비슷했다. ‘자녀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만족’은 46%, ‘만족’ 45%였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학생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불만족’은 4%였고,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 지난 스승의 날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과 교사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직접 격려문을 만들었다. 지금은 학교 복도에 붙여져 있다.

■만족도 높은 건 ‘집단지성’의 결과물

흔히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쓴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며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중요한 건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지성이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집단내에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몇몇이 끌어가는 힘보다 더 강한 능력이 표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조현초는 학생끼리, 교사끼리, 학부모끼리의 집단지성이 있다. 1학년부터 6학년이 함께 하는 ‘어울마당’이 있고, 교사들은 전체교원협의회(일명 ‘조현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육의 본질 찾기 운동을 벌인다.

조현초는 학부모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교육 계획을 만들 때도 참여가 가능하다. 개별 학부모가 제안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의견제안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고,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로도 참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제안된 의견에 대한 처리 결과와 그 결과에 대한 공지를 하는 건 물론이다.

그런 집단지성은 ‘조현초 자체평가위원회’라는 조직으로 표출된다. 위원회는 교사와 함께 학부모도 참가한다. 매년 내놓는 자체평가 보고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방법을 평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와함께 조현초는 학습능력 향상이라는 학교의 또 다른 과제를 나름의 학력평가계획을 만들어 꾸려가고 있다. 혁신학교라고 시험이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조현초의 학업성적 관리 규정에는 학생 평가와 지필 평가의 구체적인 틀이 상세히 제시돼 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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