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에게 ‘또똣한’ 마음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또똣한’ 마음을
  • 제주매일
  • 승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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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장

장마는 24일부터라고 하는데 이미 시작한 듯하다. 한라산은 장막을 치고 나무 사이사이 걸린 안개와 창문에 흐르는 빗물은 분명 장마임을 짐작케 한다.

아름다운 제주에 살고 있는 오늘은 외국인 근로자 얘기다.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비전문인력 근로자가 들어오다가 송출비리 등의 문제로 2004년 8월부터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됐다. 2007년엔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되고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대상 산업은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으로 국한하고 있다. 2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27만561명, 제주에는 2111명이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분야가 어업으로 799명이 473개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인이 499명, 스리랑카인이 401명 순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사람의 손을 빌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화에 접어든 건 확실하다. 단일민족이라는 우리가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를 맞이하는 게 보편적이 됐고 결혼이민자도 계속 늘고 있다. 올 2월말 기준으로 15만672명이며 제주에도 2098명이 있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도 생겨나게 됐다.

요즘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가서 사업주와 근로자를 만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결론은 서로를 이해 못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이 이슬람국가다 보니 이슬람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필요한 듯하다. 가령 기도장소와 시간을 배려한다든지 금기시하는 음식은 제공하지 않는다든지 이런 것들이다. 또 배를 타는 어업종사자인 경우 초기에는 배 멀미로 힘들고 두려워하는 것을 선주들이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또똣(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외국인 근로자는 주거환경도 많이 열악하다. 어느 곳은 컨테이너에서, 다른 곳은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는 근로자들이 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국민이라고 무시하는 생각은 버렸으면 한다. 우리도 독일로 중동으로 근로자로 나가 일을 하고 국가부흥에 이바지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왔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회사의 ‘부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대해 줬으면 한다. 지난번에 한림항에서 만난 어느 선주는 비양도에서 정치망을 하신다고 했다. 스리랑카인을 고용했는데, 그 근로자는 선주를 아버지라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연신 “아버지 최고 최고”, “대한민국 좋아 너무 좋아”라고 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 선주를 만나보고 알았다. 중동근로자로 일을 한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근로자가 타국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기에 그를 이해하고 자신을 대하듯 한 거였다.

앞으로도 외국인근로자는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소위 3D라고 하는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은 내국인들이 꺼리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그들과 같이 가야할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지만 내 아들처럼 내 딸처럼 아끼고 사랑하면 생산성이 그 답을 해 줄 것이라 본다.

산업인력공단은 정부로부터 외국인고용허가제 사업을 수탁,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주와 근로자의 체류 지원을 위해 제주이주민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제주서부지역 지원을 위해 한림읍사무소 내에 외국인근로자출장상담소를 개소, 매주 수요일 근로복지공단이나 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업·통역 및 4대보험·체류 애로사항 상담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다문화 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제주사람들의 ‘또똣한’ 마음을 그들에게도 나눠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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