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힘을 다시 생각하는 순간들
과학의 힘을 다시 생각하는 순간들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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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아이가 거칠게 수술대 위에 올려졌고  온몸이 꽁꽁 묶어졌다.  의사가 칼질을 하고 톱날이 근육을 썰어갈 때  아이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너무 애처로워 차마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것은 트리븐지가 전하는 1841년의 수술의 한 장면이다.
환자가 수술대에 묶이어지고 의사가 칼을 쓰기 시작했다.
수술이 다 끝나 가는데 환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던 끝에 묶인 줄을 끊고 달아나, 화장실로 가 문을 잠가 버렸다.

문이 부수어지고  환자가 붙잡혀져 다시 수술대로 끌리어 왔다. 1840년대 한 영국의 외과의사가 목격하고 한 말이다.  
알고 지내던 한 사람은  숱하게 많은 불행한 일들이 닥쳐도 묵묵히  참고 견뎌내며 살아온  남자였다.
하지만 어느 날  의사가 그에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 유서를 쓰고 자살해 버렸다. 
이것은  1840대를 살았던 한 작가가 남긴 이야기다. 이렇게 목숨을 끊는 예는  수도 없이 많았다.

고통을 날려버린 과학

지금부터 150여년까지만 해도, 병원의 외과 수술실엔 수술할 때 환자를 묶을 갈고리며 쇠고리가 걸려 있었고  수술실은 탑이나 지붕 꼭대기 같이  구석지거나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술 환자의 비명 소리를 다른 사람이 가능하면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고대로부터 1840년대까지 20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류는 이렇게 수술의 고통 속에 살면서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찾지 못하자 체념하고  “고통은 삶의 한 부분이며 외과 수술의 한부분이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치과의사가 그 때 미국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이름이 나 있는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의 당대 외과 최고 의사인 J. C. 워렌을 찾아왔다.

자기는 고통 없이 수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시연 해보이겠다는 것이었다. 1846년 10월 16일 그는 외과의사들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에 난 종양을 제거할 환자에게 레테온이라는 물질을 흡입케 하였다.
수술은  완전 침묵 속에 진행되었고 비명도 단 한마디의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술 장면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외과 수술의 역사에서 단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장면을, 기나긴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순간을. 마취제의 탄생을, 과학의 승리를, 그들은 여기서 보았다.
우리가 지금부터 300년 전에 태어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상상해 보자. 과학의 발달에 어찌 큰절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과학은 위대한 수단

황우석 교수는 미국의 과학 전문지 싸이언스 5월 20일자에서 난치병 환자 11명의 체세포를 복제, 환자의 장기로 자랄 수 있는 줄기 세포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실용화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러나  연구에 함께 참여한 미국의 피츠버그대 제럴드 새튼 교수도, BBC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이나 항생제의 발견보다 더 획기적인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이는 영국의 산업 혁명에 비견할만한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중대한 발견이 이 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다. 한 나라의 부강과 위대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두개의 중요한 변수는 종교와 과학이다. 

종교는 생의 목적, 형제애, 인류애, 인간의 사명, 인생 및 세계 긍정적인 태도, 국가의 이념들과 관련하여  무형의 지침 같은 것을 주면서 목적의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이 목적을 달성하는 막강한 수단이  되는 것이 과학이다. 황교수에 대한 국가와 각계각층의 배려와 성원은 마땅한 것이며 그것은 국민이, 과학적 성공에 대한 갈구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황교수의 발견을 보며 우리 국민은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국가도 국민도, 과학의 힘, 과학적인 정신, 과학의 탐구, 과학서적의 독서, 과학적 지식의 응용, 과학 교육, 과학 입국에 대해 생각과 결의를 다시 새롭게 하여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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