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머리글의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열어본다.
케냐에 이동병원을 하는 40대 중반의 안과의사가 있었다. 그를 만나려면 대통령도 며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의사였다.
그럼에도 어느 강촌에 와서 전염성 풍토병 환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치료하고 있는 거였다.
이유가 궁금해진 한비야가 의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주 유명한 의사면서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나요?”
이 친구, 어금니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죠.”
필자는 안덕면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격적인 마늘수확 철을 지나, 모든 마늘 수매가 끝나간다.
매년 마늘 수확 시기가 다가올 때면 점차 고령화 돼가는 농촌. 일시적으로 일손이 크게 부족해 마늘 수확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안덕면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농촌 인력부족 해소 및 농가와 소통과 화합을 위한 농촌 일손돕기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마늘수확이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대상으로 관내 지역 농협, 자생단체 및 군부대와 연계해 일손돕기 창구도 운영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마늘밭에 옹기종기 모여 수확하는 사람들이 한 장의 사진, 한 폭의 그림일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힘겨운 투쟁을 하는 한 뼘의 감동, 한 페이지의 역사다.
가슴이 뛴다. 이 멀쩡한 몸을 이끌고 밭으로 간다. 하루에 착한 일을 한 번 한다면 나는 밭으로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