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굣길 운동장 달리기로 기초체력 다지며 하루 시작 책먹는 학부모회, 매주 1∼3학년 책읽어주기 ‘열정’ 전교생 학기당 한 번씩 요양원 등 방문 봉사활동 전개 |
■ 하루를 여는 아침활동
지난 4일 찾은 제주시 구좌읍 구좌중앙초등학교(교장 이행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오전 8시 20분이 되자 하나 둘 모여든 학생들이 학년 구분 없이 다함께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으로 들썩였다. 뒤이어 등교한 학생들도 익숙한 듯 가방을 내려놓고 천연잔디 운동장을 힘껏 내달린 후 교실로 들어갔다.
전교생 62명의 구좌중앙초는 ‘아침 운동장 달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이는 아침달리기는 구좌중앙초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기초체력 3운동’(줄넘기, 달리기, 비만 예방)의 일환이다.
아침달리기가 끝나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요일별로 다양한 아침활동이 진행된다. 월요일은 인성조회·건강의날, 화요일은 영어단어 공부·영어방송, 수요일은 줄넘기 운동·독서종합시스템, 목요일은 한자쓰기·독서종합시스템, 금요일은 ‘책 먹는 학부모회’ 활동을 한다.
고옥재 교사는 “1차 산업 종사자가 많은 읍면 지역 특성상 아이들 대부분이 등교시간보다 일찍 나오기 때문에 오전 시간을 활용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달리기를 마친 학생들은 각 교실로 들어가 한자를 쓰기 시작했다. 고요한 교실 속 사각거리는 연필소리가 유난스레 느껴졌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급수의 책을 펴 한자 쓰기에 열중했다.
구좌중앙초는 한자 쓰기 교재 ‘한자오름길’을 6~12단계로 나눠 자체 제작했다. 학생들이 개인별 수준에 맞춰 한자를 암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7월과 12월 한자급수 학교장 인증제를 실시해 학생들의 성취 의욕을 높이고 있다.
전교어린이회장 (김)채은이는 “학교에 한자 급수 시험(학교장 인증제)이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따라 쓰고 있어요”라며 “한자를 쓰기 시작하니까 그전에 몰랐던 한자를 많이 알게 되고, 단어의 뜻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행운 교장은 “기초·기본에 충실한 학생을 육성하고 자기주도적학습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좌중앙 3품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자, 줄넘기, 악기 3분야별 급수를 정하고, 학생들이 개인 목표를 정해 급수 시험(학교장 인증제)에 도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함께 성장하는 교육가족
지난 5일 오전 구좌중앙초 1~3학년 교실에서는 ‘책 먹는 학부모회’의 동화 구연이 한창이었다.
“새로운 세포들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세포들이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요!”
“재미있는 생각이지만 아니에요. 한 개의 세포가 2개로 쪼개져서 새 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세포 분열이라고 해요”
이날 아침활동 시간, 학부모 정경화씨는 1학년 학생들에게 과학 동화책을 읽어줬다.

정씨는 “아이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만 읽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단순 구연에만 그치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통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아침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좌중앙초 학부모들의 자발적 모임인 책 먹는 학부모회는 회원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아침활동시간 1~3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학부모들은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간 중간 관련 질문을 던져 아이들이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열정은 1주일에 1권 독서하기, 아침독서 20분, 독서기록장 1일 1쪽 쓰기 등 구좌중앙초가 추진하는 독서 생활화 운동과 맞물려 학교 현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전교생이 함께 하는 ‘나눔과 배려를 기르는 봉사활동’도 구좌중앙초가 자랑하는 특색교육 활동 중 하나이다. 전교생은 한 학기에 한 번씩 마을 경로회관 및 요양원을 찾아 그동안 연습한 바이올린·리코더 연주, 연극, 난타, 노래 등을 공연하고 어깨 주무르기 등 봉사활동을 벌인다. 아울러 마을 안길과 해안도로, 올레길 등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마을 정화활동도 실시한다.
구좌중앙초는 이밖에도 1일1회 발표하기, 바른 글씨, 친구 칭찬하기, 영양교육, 수학적 사고 키우기 등 학생들의 심신을 키우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큰 꿈 키울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이행운 구좌중앙초등학교장은 “아이들이 기초와 기본을 철저히 다져 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초등학교 때 기초와 기본을 잘 잡아두면 언제가 되든 그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초학습 3운동, 기초체력 3운동, 기본생활 3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구좌읍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이 많다”며 “소규모학교는 교사들의 업무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것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비만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꽤 있어서 비만율을 줄이기 위해 편식 및 과식 않기, 적당한 운동 등을 지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강사를 초빙해 음악 줄넘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 호응도가 굉장히 좋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서관에 추첨함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종이에 이름, 책 제목, 내용을 간단히 적어 추첨함에 담으면 다독 학생을 추첨해 한 학기에 2번씩 시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각자의 분야에서 지역, 나라를 위해 조금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초·기본이라는 발판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육방향에 따라 학부모도 협력”
김영진 구좌중앙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구좌중앙초는 학부모, 학생, 교사간의 소통이 좋은 학교”라며 “학교의 교육방향에 따라 학부모들도 가정에서 인성교육, 독서 등을 함께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책 먹는 학부모회’ 회원들 대부분은 엄마들이었지만 얼마 전 아빠들 일부도 책 먹는 학부모회에 함께하기로 했다”며 자신도 현재 ‘책 먹는 아빠’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운영위원장은 “월정 해변이 관광 명소로 떠올라 인구가 유입되면서 학생들도 지난해에 비해 10명 가까이 늘었다”고 기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학교 도서관 뒤쪽에 나무가 심어져 있는 쉼터가 있는데 노후해서 이용하는 학생들이 없다”며 “그 쉼터를 새로 정비해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자연 속 공부방을 조성하고 싶지만 땅이 국유지로 돼 있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학생들이 아침달리기를 할 때 교사들도 근무시간보다 일찍 나와 학생들과 같이 뛰는데 그 모습을 보면 참 고맙다”며 “교사와 아이들은 제2의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