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김만덕 객주터’ 재현 사업이 마무리된 것은 7년 만인 올해 4월이었다. 이 사업은 조선후기 거상(巨商)이자 의녀반수(醫女班首)였던 김만덕의 ‘나눔과 봉사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 객주터라는 역사적 실체를 재현하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사업에 모두 35억원을 투입해 건입동주민센터 동측 일대 ‘객주(客主)터’ 2146㎡에 초가 8개동을 재현했다. 4개동은 전시시설, 나머지 4개동은 객주터 형태로 활용토록 한 것이다.
사실 ‘김만덕 객주터’ 재현은 당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우선 위치가 산지천이 아닌 제주목관아 인근이란 주장(김홍식 명지대 명예교수)이다. 객주터는 현대적 의미로 ‘도매상의 물류창고’ 격인데도 불구 주막과 여관만 재현해 본말(本末)이 전도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초가가 제주의 원형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 또한 개진됐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지금 이를 재차 거론하는 것은 무익(無益)하기에 더 이상의 이의 제기는 접기로 한다. 정작 큰 문제는 객주터가 조성된 후 2개월이 지났지만 활용계획은 커녕 운영주체마저 여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건물이 준공된 이후 또다시 소방시설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객주터 초가가 화재에 취약 기존 소방시설로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시설로 개선하고 있다 니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객주터 활용방안이나 운영주체는 이미 확정되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소방시설의 문제점도 공사기간 충분히 예측됐던 일이다. 이번 재현 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 7년간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를 제주자치도에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차제에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추진되는 김만덕 관련 사업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기려 계승하는 것도 좋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말도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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