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0% 소득’ 수준으로 ‘70% 물가’ 감당
한국 ‘30% 소득’ 수준으로 ‘70% 물가’ 감당
  • 제주매일
  • 승인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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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호동의 차이나 스토리
<11> 물가와 소득 ①
▲ 보편적으로 중국인들은 한국인 30% 수준의 소득으로 70% 물가를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수입과 고물가의 불균형을 부업으로 극복하기도 한다. 사진은 중국내 한 대형마트 매장 모습.

중국에 살며 외국인과 중국인으로 구별되는 강요된 소비생활 방식을 가져야 할 때가 있었다. 주택도 허가된 단지에서만 거주할 수 있었고 비행기․호텔이며 관광지 입장권까지 내국인과는 별도 체계로 책정된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전용 화폐 제도가 시행되기도 했다.

먹거리들이나 일상용품에서야 별도의 구분이 없었지만 주택 임차료나 항공료와 같이 비교적 돈이 많이 드는 방면에서의 제약이라 외국인들로서는 당시 저렴한 물가의 중국이 오히려 비싸게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거주지를 제한해 놓았으니 주민들도 모두 외국인들뿐이라 도대체 중국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실상을 제대로 알 길이 없었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특히 궁금했던 중국인들의 소비생활이 자연스럽게 관찰되지 않으니 그냥 막연히 싼 물가의 혜택을 보며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당시 일상에서의 물건들은 매우 저렴해서 캔 맥주는 한국 돈 5000원이면 박스 채로 구입할 수 있어 한국 남성들이 횡재하는 느낌도 갖게 하는 대표적인 물건이었다.

휴일 날 찾는 청과물 시장에서의 1만원 어치 야채나 과일은 힘 좋은 남정네도 버거운 무게일 만큼 착한 물가였다. 한국 돈 가치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으니 풍성함이 이중으로 느껴지는 시절이었다.

물론 오래 전 이야기다. 지금 물가는 과연 어떤 수준이 됐을까? 중국인들의 소득은 많이 올랐을까? 한국 시장의 또 하나 주요 소비자가 돼 버린 이웃 나라 중국인들에 대한 이해가 더해질 수 있는 물가와 소득 이야기다.

중국에 살며 많이 받는 질문들은 “물가는 어떠냐? 생활비는 많이 드느냐?”하는 것들이다.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최근에 느껴지는 중국 물가는 보편적으로 한국의 70% 수준 정도로 표현하면 그래도 근접해 보인다.

물가 비교의 국제적 척도가 되는 빅맥 지수도 실제로 한국의 약 70% 정도 된다. 사실 한국인들에게는 자장면 가격도 비교하기 좋은 예다. 그런데 중국에 자장면은 과연 있는가? 이제는 진부한 고증이긴 하지만 자장면은 원래 중국 베이징의 서민들이 즐겨 먹는 오래되고 평범한 면식으로 한 그릇이 한국 자장면의 반값 정도이다.

반면 베이징 근교의 골프장에서 파는 자장면은 2배 정도가 되고 한국 화교가 베이징에 차린 식당의 자장면은 딱 한국 수준이다. 자장면처럼 장소와 상황에 따라 물가가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한지라 중국에도 한국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경우의 물가는 많다. 그렇더라도 중국 로컬 제품이나 지극히 서민적인 식당들까지 떠올리며 유추해 본다면 중국의 평균 물가는 한국의 70% 비슷하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농산품은 많이 싼 편이라 가난한 사람들도 그럭저럭 살아가게 하지만 공산품 가격 수준은 어느 나라 못지않다.

그럼 이런 물가 수준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또 어떨까? 중국인들의 소득도 궁금해 하는 한국인들이 늘 많다.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초봉 수준도 여러 해 계속 받았던 질문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기업과 직종에 따른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대답하기 어렵다 해도 꼭 답을 하라 하니 여러 경험과 실제로 같이 일했던 신입사원들의 경우를 참고하여 결론 낸 평균치는 한국 대학 졸업생의 약 30% 정도였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1인당 GDP는 한국인들의 약 30% 정도가 된다. 물론 동일 직종에서 한국 기업 직장인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 중국 직장인들도 적지 않고, 반면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학 졸업자들이 증가한다든지 하는 일반적인 변수도 많지만, 보편적으로 한국인 30% 수준의 소득으로 70% 물가를 감당하며 살아간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 전제에서 중국의 몇 가지 물가는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그것도 중국 물가의 특색이라면 그렇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입장료가 비싼 곳은 4만~5만원 하는 곳도 적지 많다. 평범한 중국 도시 근로자 한 식구가 부모님 모시고 입장하려면 1달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관광지 입장료는 조상이 만들어 물려준 문화재 아니면 태고부터 존재했던 자연인데도 평범한 인민들이 쉽게 공유하지 못하는 중국의 물가와 소득이 상당히 불균형함을 보여 주는 하나의 예다.

항공료나 숙박업소 비용은 한국과 대동소이하다. 단순 계산으로 하면 중국 저소득층인 경우에는 1달 내내 일한 소득이 겨우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걸리는 베이징과 상하이 왕복 항공권 1장 구입하면 남는 것이 없는 수준이다. 3~4시간 씩 걸리는 저 서역 지방 비행기 여행은 언감생심,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소득격차가 매우 큰 사회라는 것을 반증해 주는 한 예다.

반면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소비 행위는 몰라지게 달라졌다. 한국 식품점을 비롯해서 식당이며 미용실 등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종류의 물가는 대개 한국보다도 비싼 상황이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인들의 이용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인들과 이웃해 사는 중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상점을 이용하고 식당을 가고 머리를 다듬고 의류며 화장품을 단골로 구입하고 어디를 가도 중국인 손님들은 늘었다. 웬만한 소득이 있는 중국인들에는 한국 물건이나 서비스 물가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중국인들이 수입과 균형이 맞지 않는 고물가 사회를 살아 갈 수 있는 이유는 있다. 직업외 다양한 수입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많은 개방 중 사회이기도 하고 아직도 어딘가 2% 부족한 듯한 사회 시스템이나 관리 체제는 정규 수입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퇴근 후는 당연…업무시간에도 ‘아르바이트’

중국의 부업은 다양하다. 합법적인 부업도 있고 다소 위법적인 것도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이얼령비얼령(耳懸鈴鼻懸鈴)의 경우인 것들도 많다. 퇴근 후나 회사 업무 시간까지 개인적인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국영기업이던 사기업이든 직장의 권한과 연관된 사업을 따로 진행하는 일들도 적지 않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자신이 처방하고 직접 의료 기구를 판매하는 경우처럼 부업의 세계는 다양하다.

고속열차가 없던 시절 비행기 시간도 마땅치 않아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정말 광활한 중국 대륙을 제대로 체험한 적이 있었다. 별로 특색 없는 광활한 평야가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함도 참기 힘들었지만 배고픔은 더욱 힘들었다.

식사 때만 되면 질서를 무시한 엄청난 인파에 식당차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는데다 간식 파는 수레는 다니지도 않으니 두끼를 꼬박 굶었다. 세끼 째는 식사 시간 방송이 나오기가 무섭게 달려갔지만 이미 인산인해라 또 다시 한 끼를 걸렀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한참을 기다렸다가 장사 끝나고 정리가 한창인 식당칸으로 가서 책임자를 찾아 진행한 잠시의 밀담 결과 곧바로 특별식이 차려졌다. 몇 가지 기름에 급히 볶아낸 요리에다 서비스로 맥주도 1병이 곁들여졌다.

원래의 식사비에 얹혀진 별도 비용은 식사 시간이 지난 식당차에 불을 피우는 특권을 누리게 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중국의 첫 경험이고 실습이었다. 중국인이 부수입을 만드는 흔한 예 가운데 하나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직장에 있으며 개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수 없이 보아 왔다. 중국인들이 고물가 속을 살아가는 또 하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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