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예산 4억원을 투입해 중문의 오일시장 인근에 만든 불란지 야시장(夜市場). 그러나 문을 연지 5개월여 만에 전형적인 ‘혈세(血稅) 낭비’ 사업이란 비판을 받으며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올해 1월 불란지 야시장을 조성한 서귀포시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두 마리 토끼란 야시장을 통한 야간관광 활성화와 골목상권 경쟁력 강화였다.
당초 이 곳엔 식당 8곳과 소매점 4곳 등 모두 12개 점포가 들어서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장한지 5개월 밖에 안 돼 블란지 야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開店休業) 상태다. 12곳의 점포 가운데 식당 3곳과 소매점 1곳만 겨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블란지 야시장이 외면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장소가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유동(流動)인구 자체가 없다. 그렇다고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매장면적이 너무 좁을 뿐더러 민간에 위탁한 운영도 주먹구구식이다.
관광객을 겨냥한 야시장인데도 관광객이 없으니 그저 그런 동네 골목식당으로 전락했다.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나 현재로선 완전히 실패작에 가깝다. 제반 현실적 여건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卓上行政)이 낳은 결과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야시장은 ‘야간관광의 백미(白眉)’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적정한 규모와 함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중문의 불란지 야시장은 시늉에 그쳤을 뿐, 관광객을 유인할 내용이나 홍보 등 제대로 된 게 없었다. 향후 야간관광 활성화와 관련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