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과 제주의 미래
중국의 부상과 제주의 미래
  • 제주매일
  • 승인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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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지금 중국은 제주에게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며, 또 지금보다 훨씬 확대된 국면에서 제주·중국간 미래 관계는 어떤 방향과 전략 하에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제주는 우리나라와 중국간 교류의 최전선에 위치해 왔습니다. 이미 2200여 년 전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서복을 파견했던 곳입니다. 한·중 수교 이후에는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중국의 역대 국가 지도자가 모두 방문한 지역입니다.

양국간 경제교류 측면에서도 제주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지난해 방한 중국 관광객 613만명의 47%인 286만명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또한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신고액 12억 달러 가운데 48%인 5억8000만 달러가 제주지역입니다.

지금 제주·중국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용중술(用中術)’입니다. 실용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관념에 치우쳐 실제와는 무관하게 이론적으로만 사물을 바라보고 토론하기보다는 실제 그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게 실용입니다.

따라서 다음 몇 가지가 우리 도민사회에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국 바로 알기입니다. 제주·중국간 관계를 실용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바르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자본을 중심으로 많은 이슈가 제기됐고 비판과 논쟁들이 있었으나, 논점과 시각들이 제주라는 좁은 공간적 울타리 안에 머무른 채, 제주인이 희망하는 관점에서, 현재적 시각에 국한돼 현상을 분석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더 객관화하고 시야를 확대해 현재의 상황을 동적으로 파악하고, 미래를 토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의식의 개방성도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닫혀 있는 의식은 도그마에 빠지기 쉬우며, 건전하고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중국 정책역량의 강화입니다. 갈수록 중국의 대(對) 세계, 대 한국, 대 제주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고 이러한 흐름은 피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그 흐름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했습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생각 하에 올해 들어 제주발전연구원에 중국연구센터를 설치했고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사회과학원과의 공동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국 전략이 좀 더 체계적이고 심화돼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 대(對) 중국 바른 실천입니다. 똑바로 알고, 바른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나서 할 일은 제대로 실천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성취해 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범도민적 에너지의 결집이 필요합니다. 인구나 규모 측면에서 1%라는 현실에 자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른 전략과 정책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범도민적 역량을 발휘한다면, 1%의 제주는 50%, 100%로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제주 면적의 3분의1 밖에 되지 않는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섬이라는 물리적 고립이 제주의 한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항공노선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네트워크, 사이버 공간을 통한 물리적 공간의 초월 등 그 한계를 극복해 낼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제주의 시대가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가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고, 제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빛깔로 제주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주의 역량입니다. 우리가 키워나가야 합니다.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민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주국제협의회 주관 ‘제주와 중국 토론회’ 기조강연(6월12일)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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